절실함이 조급함으로 바뀌면 안 되는 이유
절실함이 조급함으로 바뀌면 안 되는 이유
  • 김동근
  • 승인 2018.09.17 1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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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가 밝아 오면 대다수 사람은 올 한해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무엇을 바꿀 것인지 심사숙고하면서 신년 계획을 세운다. 그런데 그 계획을 실천하는 것은 무척 어려워 ‘작심 3일’이라는 단어가 생겨날 정도이다. 왜냐하면, 대다수 사람들은 자신이 살던 습관대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계획을 세우고 무엇인가를 바꾸고 싶지만 쉽게 포기한다는 것은 그것을 충분히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시도하는 것 중의 하나가 다이어트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가며 노력하였지만, 다이어트에 실패한 사람들이 많다. 그 이유는 다이어트를 해야 할 절실함이 없기 때문이다. 절실함은 시간과 비용을 뛰어넘는 강한 동기부여와 강박에 가까울 정도의 엄격한 자기 통제에서 나온다.

 최근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이 국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대한민국을 붉은색으로 물들였던 응원에 힘입어 우리나라는 월드컵 4강까지 올랐었다. ‘대한민국’을 외치면서 승리를 기원했던 국민들의 간절함과 선수들의 절박함이 있었다. 이러한 간절함과 절박함이 2018 러시아 월드컵과 2018 아시아게임에서 재연되었다.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이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 리그 최종 3차전에서 세계축구 랭킹 1위이자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국인 독일을 2:0으로 이겼다. 지구상의 누구도 이런 결과를 예측하지 못했다. 한국과 독일전 2:0 스코어는 역대 월드컵 이변 2위에 오를 만큼 충격적이고 인상적이었다.

 한국과 독일전에 대해서 축구 해설위원들은 “지난 두 경기에서 아쉽게 패했었던 경기의 결과를 만회하고자 하는 선수들의 절실함이 컸고, 전술적으로도 수비가 잘됐다. 독일을 조급하게 만든 점이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때 큰 활약을 했던 손흥민, 조현우 선수에 대한 국민들의 사랑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그들의 군대문제가 제기되자 그들을 대신해서 군대에 가겠다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은 우승해야만 군대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에 우승하기를 바라는 국민들의 간절함과 선수들의 절실함이 합쳐서 2018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할 수 있었다.

 절실함이 꼭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다. 절실함이 조급함으로 바뀌게 되면 독일이 우리에게 패한 것처럼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어느 순간부터인가 조급함과 성급함이 시대의 특징 중 하나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인터넷을 키는데 5초 이상 걸리면 초조해 하고,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기 전부터 자동차의 페달위에 발을 올려놓는다.

 우리는 모든 일을 최대한 빨리 이루어 내도록 사회적인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즉각적인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비난하거나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평가한다. 노력이나 과정이 중요한 게 아니라 결과에 집착한다. 시간이 경쟁력의 지표가 되었고 사람들은 능력 이상으로 일 처리를 빠르게 하려고 노력한다. 조급함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게 되었다. 그들은 아무리 빠르게 일을 처리해도 쉽게 만족하지 못한다. 조급한 사람들은 충동적으로 행동하고 나중에 후회할지라도 빠르게 반응한다. 그 결과 우리의 삶은 숨이 가쁘고, 화를 잘 내고, 근심 걱정으로 가득 차 있다.

 예전에 늦춰짐은 삶의 자연스러운 한 부분으로 창의력과 관련된 것으로 생각한 때도 있었다. 어떤 일은 다른 일보다 더 오래 걸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았다. 결과보다도 노력이나 과정을 중시하던 시절에는 경제적으로는 조금 힘들고 어려웠지만 삶의 질은 좋았었다.

 절실함도 중요하지만 조급함이 앞서다 보면 일을 망치는 경우가 많다. 절실함이 클수록 인내하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찬찬히 둘러보아야 한다. 조급함이 일을 완성하는 것이 아니고 인내심이 일을 완성시킨다. 상황이 어려워도 침착하게 대응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시간을 두고 깊이 생각하게 되면 계획을 더 잘 수립할 수 있고 더 적절한 감정적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인내심은 소중한 자제심을 증가시키고 나중에 후회할 행동이나 발언하지 않게 만든다.

 절실함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때는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지만, 너무 개인적인 욕심을 채우기 위해 조급하게 서두르는 경우처럼 부정적으로 작용할 때는 최악의 상태에 직면하게 된다.

 임마누엘 칸트는 “인내는 약자의 힘이요, 조급함은 강자의 약점이다.”라고 갈파한 바 있다. 운명이 아니라면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길은 반드시 있다. 지성이면 감천이다. 세상 모든 일은 간절하면 이루어진다.

 김동근<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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