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혜지의 모노드라마 ‘여자, 마흔’
배우 이혜지의 모노드라마 ‘여자, 마흔’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8.09.1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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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경단녀’에게 건네는 위로

 배우 이혜지로부터 우편물이 도착했다. 투명한 비닐봉투 안에는 이혜지의 모노드라마 ‘여자, 마흔’을 공연한다는 내용의 소개가 담긴 팸플릿이 담겨있었다. 오랜만에 알려온 소식에 반가운 마음이 컸다. 공연 내용을 천천히 읽어내려가다가, 나의 시선은 배우의 프로필에 멈추고 말았다. 배우 이혜지의 프로필이 2011년 이후에는 실종된 까닭이었다. 2011년, 그 해, 그 시각 이후에 그녀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모노드라마를 꼭 챙겨봐야 할 이유가 생겼다.

 이혜지씨는 모노드라마 ‘여자, 마흔(연출 이혜지·최정 작)’에서 일도 사랑도 완벽함을 꿈꿨던 여자 하소연으로 변신한다.

 지난 2008년 ‘여자, 서른’이라는 공연을 선보인 뒤 꼭 10년 만인데, 두 번째 선보이는 모노드라마에서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무대에 선다. 공연은 20일부터 22일까지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총 3회 공연으로 만날 수 있다. 평일은 오후 8시, 토요일은 오후 4시 공연으로 준비된다.

 ‘여자, 마흔’의 줄거리는 이렇다.

 인기 라디오 DJ로 ‘夜한밤에’라는 정상급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그녀는 두 번의 출산과 동시에 ‘경단녀’가 되고 만다. 엄마라는 경력은 스펙 한 줄 되지 않는 이 땅의 혹독한 현실 속에 그녀는 8년간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일을 포기하지 않고 ‘방구석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복직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기만 하다. 하이힐과 고무장갑 사이에서 하루에도 수십 전씩 전쟁을 치를 수 밖에 없는 그녀의 삶. 딸로 입사해 어느샌가 엄마가 된 이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대한민국 여성이자, 그리고 어쩌다 어른이 된 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에 공감이되고도 남는다.

 10년 전 선보인 모노드라마 ‘여자, 서른’에서는 무엇인가 불안한 세대, 흔들리는 생활, 미래에 대한 고민, 대물림되는 엄마의 안타까운 삶, 또한 엄마의 엄마까지 품고 있었던 안타까운 사연 등이 공연의 주요 내용이었다.

 이번 2018년 버전인 ‘여자, 마흔’에서는 젊은 시절에 대한 회상이 주요 줄거리로 자리하고 있다. 돌이켜보니 되돌리고 싶은 순간에서부터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을 붙잡고 싶은 사연도 등장하고, 일과 육아를 병행하고 있는 현실 속 나의 모습에서 느끼는 비참함과 팔팔 끓는 여성의 하루하루, 그 고충도 그려낸다.

 이혜지씨는 “평소 제 생일을 챙기는 스타일도 아니지만, 삶의 테두리 안에서 서른 혹은 마흔이라는 상징적인 시간과 순간을 의미있게 기억하기 위해서라도 배우이기 때문에 무대에 서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공연을 준비하게 됐다”면서 “두 아이의 엄마이다보니 무대로 복귀하기까지 소소할 수 있는 일상의 문제에서부터 부딪히거나 해결해야할 과제가 많아 쉽지 않았지만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차근차근 준비를 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복귀작을 준비하면서도 작품에만 온전한 에너지를 쏟기란, 사치일 수 밖에 없는 엄마이자 배우인 그는 그렇게 생존보고서를 써내려가고 있다. 라디오 DJ 하소연의 삶은 배우 이혜지의 삶과 닮았다. 그리고 바로, 당신의 삶과 닮았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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