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민주주의란? 전북대 총장선거와 전북학교자치조례안
진정한 민주주의란? 전북대 총장선거와 전북학교자치조례안
  • 강주용
  • 승인 2018.09.13 17: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북대 총장선거가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올해 4월부터 학생들은 투표권을 요구했다. 지금까지 총장선거에서 학생 투표권은 없었다. 지난 7월 31일 교수회는 전체 교수를 대상으로 ‘총장 임용후보자 선거의 교원 외 선거인 투표 반영 비율’에 대한 투표를 했다. 그리고 교수회는 대학 다른 구성원들과 협의 없이 비교원(직원· 학생·조교)의 투표반영비율을 17.83%로 독단적으로 결정했다.

 전북대총학생회, 대학노조, 공무원노조, 조교의 4개 단체는 ‘민주적 총장 선출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를 구성하고, 교수회가 일방적으로 정한 투표비율 17.83%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선거보이콧을 선언했다. 한마디로 대학 내에서 독단과 기득권 유지만이 있을 뿐, 상아탑의 협의·소통·토론·타협의 진정한 민주주의는 없다.

 총장직선제를 근본적으로 보고 싶다.

 투표비율 때문에 총장선거가 파행이라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구성원별 투표비율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전북대 구성원은 학생 22,000명, 직원 1,171명, 조교 179명, 전임교원(교수) 1,024명이다. 교수회가 배정한 투표비율은 학생 3.57%, 직원 12.45%, 조교 1.84%, 전임교원(교수) 82.17%이다. 교수를 제외한 학교구성원 모두의 투표 1표의 가치가 0.2표도 안 된다. 민주적인 투표라기보다는, 중세의 신분제도가 연상되는 투표제도이다. 총장은 가르치고 연구하는 역할이 아니다. 대학을 효율적으로 경영하고 연구를 지원하는 역할이다. 따라서 대학구성원 전체의 의견이 반영되는 투표가 필요하다. 전체구성원이 약 24,400여 명에서 교수 1,024명, 즉 4.19%가 82.17%의 투표율을 가지고 있다. 비정상이다. 학생들은 수업료를 내는 교육의 직접 수요자이다. 비교원은 학교행정업무를 독자적으로 처리하고, 연구를 지원하는 이중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다. 삼성 등 대기업만이 갑이 아니라 을이 병을, 병이 정을 만들고 있다. 상생보다는 억압하는 모습이 대학총장직선제에서 느껴진다. 총장직선제의 의미를 다시 파악하고, 모든 대학구성원이 이해하는 투표율을 정해야 한다.

 전북대총장선거 파행의 모습에서, 얼마 전에 입법예고 된 전라북도 학교자치 조례 제정안이 떠오른다. 학교자치 조례안 1조는 「전라북도 학교 교육의 주체들에게 학교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와 권한을 보장함으로써 민주적인 학교공동체 실현과 건강한 배움과 성장의 학교문화를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규정으로 민주적인 공동체를 배우고 민주적으로 학교를 운영하자는 것이다. 모든 학교 구성원이 최고 심의기구인 교무회의에 참여하고, 학교 내의 일을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해결하자는 것이다. 심의된 안건은 특별한 사유가 없을 때는 학교장이 받아들이게 되어 있다. 그러나 학교자치조례안은 전북대총장 투표율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전북대와 비슷하게 학교는 학생, 교원, 일반직공무원, 학교공모직원들이 같이 근무한다. 교육의 직접 수요자인 학생이 학교는 미성년이고 대학교는 성년인 부분이 다르다.

 전북교육청의 구성원은 14,100여 명의 교원, 3,770여 명의 일반직공무원, 4,660여 명의 교육공모직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학교는 교원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조례의 목적에 맞게 학교라는 교육공동체가 민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대화와 토론· 타협으로 해결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전북대총장선거처럼 일부의 구성원이 전체 투표율을 일방적으로 차지하려는 것과 유사하게, 숫자가 많은 구성원이 민주주의를 가장해 다수결을 주장하고 결정한다면 다른 구성원들은 민주적인 학교자치라고 생각지 않을 것이다. 학교 자치는 성공할 수 없고, 혼란으로 구성원들끼리의 갈등이 발생할 것이 자명하다. 미성년인 학생들이 배우고 익히는 특별한 공간인 학교의 자치는 일반적인 기관과는 다르게 운영해야 한다.

 학교 내 최고 심의 기관인 교무회의는 교육의 주체인 모든 구성원이 참여한다. 그러나 각각의 학교구성원 인원의 차이가 크다. 따라서 교무회의의 심의 안건은 가능하면 대화, 토론 그리고 타협으로 전원 동의 방식의 회의 원칙을 세우고, 부득이한 경우에도 대다수가 동의하는 방식으로 결정해야 한다. 대화로 소통하고 토론으로 타협하면서, 최고의 목표인 학교자치의 공동선을 찾아야 한다. 이것이 학교자치조례안의 진정한 의미이다.

강주용 / 전공노 전북교육청지부 사무국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