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격차의 해소를 꿈꾸는 부안예술회관
문화격차의 해소를 꿈꾸는 부안예술회관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8.09.12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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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사람 중심의 문화를 꽃피우자 (3)
현장에서 문화분권의 실마리를 찾다 2.
부안예술회관의 직원들이 도시와 농어촌간의 문화격차의 해소와 공공문예회관의 비상을 꿈꾸며 뛰어오르고 있다.
부안예술회관의 직원들이 도시와 농어촌간의 문화격차의 해소와 공공문예회관의 비상을 꿈꾸며 뛰어오르고 있다.

 부안예술회관이 생활 속 문화를 꽃 피우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과거, 공공문예회관들이 안고 있었던 고질적인 문제를 극복하면서 세대간 장벽을 허물고 소통의 물꼬를 트고 있는 것이다.

 지역 문화 정책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문예회관은 ‘1시·군·구 1문예회관’건립의 지침에 따라 빠른 속도로 증가했으며, 문화 정책을 전국적으로 확산하기 위한 상징적인 공간이 되어 왔다.

 그러나 문화시설의 양적 성장에 미치지 못하는 질적 활용에 대한 문제점이 수면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각 지자체가 문예회관의 건립에만 열을 올릴 뿐, 인력과 기획 등에 대해서는 고민을 하지 않았던 탓이다. 결국, 문예회관들은 ‘예산 먹는 하마’라는 질타를 받으면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채 개점휴업 상태에 머무르는 곳도 많았다.

그도 그럴것이 재정자립도가 떨어지는 지자체의 경우 예산 확보가 어려워 본질적인 문제에 부딪힐 수 밖에 없었다. 지역에 전문 인력은 부족했고, 프로그램 기획 예산도 별도로 세울 수가 없는 구조였다. 당연히 공연과 전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힘에 부칠 수 밖에 없었으며, 이용객들의 외면을 받아 가동률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의 부안예술회관의 변화와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부안예술회관은 지난 2012년 꿈의오케스트라 사업과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되면서 공공문예회관도 변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단순한 관람에 그치기 보다는 지역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만들어가는 능동적인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내방객들의 만족도도 높아졌던 것이다.

 지난 6년의 시간동안 부안예술회관에는 어떠한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우선, 부안예술회관의 프로그램이 비약적으로 확장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12년에 2억5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6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면, 매년 성장세를 거듭해 지난해에는 7억1,5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14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이용한 숫자도 2012년 4만2천 여명에서 지난해에는 11만9천 여명으로 3배 가까이 증가하는 도약을 이뤄냈다.

 이 같은 양적인 성장과 맞물려 부안예술회관의 이력 중에는 전국 최초라는 타이틀이 붙은 내용들이 많다.

 민간예술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군단 위에서는 최초로 2개의 상주단체를 보유하고, 다양한 퍼블릭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군단위에서는 최초로 8개 프로그램 연습실을 가동하고 있다.

 부안군 자체적으로 운영조례 시행규칙에 공연장상주단체를 운영할 수 있다는 조항을 제정한 것도 타 지역과는 차별화되고 있는 부분이다. 보조금 예산편성에도 유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좀 더 안정적인 사업 운영이 가능해진 것이다.

 부안예술회관의 변화를 이끌어내는데는 민간예술단체의 역량이 큰 힘을 발휘했다.

 부안예술회관에서 현재 상주단체로 활동하고 있는 클나무필하모닉오케스트라, 포스댄스컴퍼니와의 상호 협력과 능동적 관계 유지가 성공의 바로미터가 된 것이다.

 클나무오케스트라는 꿈의 오케스트라인 부안아리울오케스트라의 전담 교육기관이돼 지역의 문화인력난을 해소하고, 더 나아가 가족오케스트라 프로그램까지 교육하는 식지 않은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열정에 힘입어 부안예술회관에는 청소년, 가족단위 등으로 특성화된 4개의 오케스트라 활동하고 있다.

 클나무오케스트라는 클래식의 불모지인 부안지역에서 대중가수와 오케스트라가 함께하는 융복합 공연의 기회도 제공해 프로그램의 질을 한층 끌어올렸다. 이와 같은 다방면의 활동을 인정받아 지난 2015년 전국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사업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포스댄스컴퍼니는 무용 단체로서 좀 더 쉽게 지역주민들과 호흡할 수 있는 현대무용 및 비보이, 힙합 장르 등의 콜라보레이션 공연으로 지역주민들에게 시원한 사이다 같은 공연을 선보이면서 젊은 세대들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선사했다. 부안군 방과 후 아카데미 협조로 부안청소년예술단을 조성해 함께 공연을 펼치면서 지난해에는 천안 흥타령 대상과 원주무용카니발 은상을 받는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민간 예술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부안예술회관은 퍼블릭프로그램도 특화시키고, 확장시킬 수 있었다.

 지난 2014년에는 실버연극단을 구성해 젊은 날의 꿈을 잊은채 살아가고 있는 농부와 주부, 목사가 무대에 설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했다. 이들의 활동은 교육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당시 거창실버연극제에 출전해 4관왕을 하는 성과를 올린 바 있다.

 현재는 매주 토요일 운영 중인 가족오케스트라 프로그램의 인기가 매우 높다. 연초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공모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성과를 올린 사업 중 하나인데, 많은 신청자가 쇄도하면서 부안예술회관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부안예술회관 관계자는 “부안예술회관의 터닝포인트 시점인 2012년부터 현재까지 부안군 자체 기획공연예산은 7억900만원이었고, 공모사업을 통한 국도비 예산확보는 30억원에 이르고 있다”면서 “부안군의 보배인 상주단체와의 협력과 적극적인 예산확보로 지역주민에게 다양한 문화 혜택이 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 김명신 부안군 문화체육시설사업소 소장 인터뷰

 

“부안은 예로부터 여류시인 이매창과 허균의 홍길동전이 떠오르는 문화와 예술의 도시 중 하나로서 주민분들은 대부분 온화한 성격과 풍류를 즐길 줄 아는 분들로 국악 및 오케스트라 악기를 직접 배우는 등 문화예술 관심이 많은 지역 중 하나라고 자부합니다.”

12일 김명신 부안군 문화체육시설사업소 소장은 “부안군의 문화예술 향유층이 도시의 규모보다 두텁지는 않지만, 예향의 고장답게 고정적으로 공연 때마다 방문해주시는 분들이 많다”고 소개했다.

김 소장은 특히 지방에 있는 지자체 대부분이 열악한 재정환경 속에서 문화예술의 꽃을 피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러면서 부안예술회관의 변화를 통해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고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드러냈다.

김 소장은 “공공문예회관은 1년 365일 주민들이 항상 이용할 수 있는 공간 제공을 통해 상호 소통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여 문화로 공감하고 소통하는 장소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지역의 문화예술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보존을 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능동적으로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가는데 참여하고 주민들이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가는 방향으로 흘러야한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변화를 위해 부안예술회관은 제도권에서 안정적으로 상주단체나 예술단체들이 활동할 수 있는 조례를 제정하는 한편, 재원마련을 위한 예산확보에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러한 작은 노력들이 모여 부안군민 모두가 다 함께 문화향유의 주체로 하나 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항상 부안예술회관을 찾아주시고 많은 관심과 격려를 해주시는 부안주민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역에 하나밖에 없는 전문공연장으로서 어깨가 무겁습니다.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를 최대한 드릴 수 있는 예술회관으로 거듭나도록 최대한 노력을 하겠습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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