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리단길 재계약 전쟁?” 청년 상인들 ‘한숨’
“객리단길 재계약 전쟁?” 청년 상인들 ‘한숨’
  • 김기주 기자
  • 승인 2018.09.11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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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복 기자
11일 오후 전주시 완산구 객리단길을 찾은 시민들이 북적이고 있다. 최광복 기자

 # 전주 객리단길 인근에서 한 술집을 운영했던 A(31)씨는 재계약을 앞두고 건물주와 얼굴을 붉혀야만 했다. 재계약 기간이 다가오자 건물주는 60만원이었던 월세를 120만원으로 인상해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A씨는 감정에 호소해보기도 목소리도 높였지만 서로의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A씨는 임대차보호법을 따라 임대료 인상률 상한 조정(기존 임대료에 5%)에 맞는 월세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건물주는 해당 건물이 낡았다는 이유로 건물을 다시 지어야겠다며 장사를 당분간 접으라고 응수했다.

 재건축 시 장사를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에 들어간 인테리어 비용도 보상받을 수 없는 탓에 A씨는 결국 2년간 지켜왔던 자리를 떠나야만 했다.

 그는 “자리를 지켜보려 여러 가지 노력을 해봤지만,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자리를 떠나야만 했다”면서 “임대차보호법 등의 법이 존재하지만 ‘을’에 위치한 상인들을 지켜줄 수 있는 실질적인 제도는 현실적으로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주시의 신흥 관광명소로 발돋움 한 ‘객리단길’ 내 상인들이 재계약 앞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명성이 높아지고 인근 지역 임대료가 오르자 해당 거리 건물주들이 입주한 상인에게 기존보다 배에 가까운 월세를 요구하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상권이 번창해 임대료가 치솟아 기존 상인이나 원주민이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이 가속화 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객리단길은 지난 2016년 초부터 값싼 임대료를 장점으로 다수의 젊은 청년 사업가들이 입주하기 시작했다. 전주시 다가동 4가 원도심과 객사 1~2길 일대 사이에서 각종 음식점과 술집, 카페 등이 들어서면서 전주시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았다.

 입소문을 탄 객리단길은 현재 개성 넘치는 상점들이 꾸준히 들어섰고 최근 2년 사이 들어선 상점 수만 60여개가 넘는다.

 문제는 늘어나는 상점만큼 임대료도 폭등한 점이다. 객리단길 인근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따르면 인근 15평형 월세는 120만원 선이고 도로가 인접한 건물은 150만원에 달했다. 이는 2년 전보다 배 이상 오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10월에 재계약을 앞둔 한 음식점 상인 B(32)씨는 기존 50만원보다 보다 2배 가까운 임대료를 건물주가 요구해 속 앓이 중이다. 그는 “임대차보호법을 주장하면 리모델링이나 권리금 문제를 들먹이며 면박을 준다”면서 “자리를 지키기 위해 상인들은 건물주의 요구를 마지못해 수용해야만 한다. 이곳 대부분 상인들이 나와 같은 심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입법예고된 상가건물 임대차 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은 지난달 30일 8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앞두고 민생 법안에 대해 막판 협상을 벌였으나 일부 합의가 불발되며 국회에 계류 중인상태다.

 

김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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