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브란트의 새출발을 위하여
렘브란트의 새출발을 위하여
  • 김종원
  • 승인 2018.09.11 15:2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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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는 렘브란트 하우스가 있다. 렘브란트가 1639년부터 17년 동안 살았던 이 집은 실제로 렘브란트가 다양한 작품 활동과 판화를 제작해 찍어내던 곳으로 1911년 박물관으로 탈바꿈 한 뒤 세계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암스테르담의 인기 관광지다. 렘브란트는 이집에 살 때 예술가로서의 명성이 절정에 달했고, 2층에 있던 그의 작업실에는 그의 지도를 받으려는 젊은 화가들로 북적였다. 가장 유명한 작품 <야경>도 이 집에서 그려졌다.

 그러나 이 집을 구입하는데 과도한 돈을 지출하면서 그의 위기는 시작됐다. 또 마음에 드는 그림이나 작품, 액세서리 등이 보이면 금액에 상관없이 무조건 사들이면서 재정적 몰락을 초래했고, 렘브란트는 부채를 갚기 위해 동분서주 했지만 결국 파산했다.

 1656년 렘브란트의 재산은 채권자들의 손에 넘어갔고 모든 수집품과 개인 물품까지 팔렸으며 집은 경매로 넘어가 처분됐다.

 ‘빛의 화가’로 불리며 암스테르담은 물론, 유럽 최고의 작가로 이름을 날리던 렘브란트는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되었을까. 당시의 파산 관련 제도는 징벌주의적 성격이 강했는데 채무자의 면책이나 회생보다는 채권자의 채권회수 기회의 극대화에 중점을 두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의 제도가 파산자의 면책을 인정하고 새 출발을 돕는 온정주의적 성격이 강했다면 렘브란트는 경제적 어려움 없이 더욱 작품에 매진할 수 있지 않았을까? 렘브란트가 숨을 거둘 당시 그의 전 재산은 헌 옷가지 외에 낡은 성경책 한권과 그림도구가 전부였다고 전해진다. 만약 렘브란트가 현재에 살고 있다면 그는 또 다른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렘브란트 이후 300여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은 금융권 이용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 특히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의 금융 기관들이 상환 가능성이 높은 우량신용 등급에 치중해 대출을 운용하면서 저신용자들은 상대적으로 금융시장 이용이 어렵거나 고금리 대출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 이들의 금융 소외 현상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서민금융지원 정책을 공급자 중심이 아닌 개개인의 상환 능력을 고려한 채무자 중심의 제도로 개편할 것을 시사함에 따라 포용적 금융을 통한 금융지원의 확대가 요구되고 있다.

 전북은행은 이에 앞서 올해 ‘따뜻한 금융 비전 선포식’을 갖고 포용적 금융의 실천과 금융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여러 지원 방안을 마련해 실행중이다. 특히 ‘고객의 상환의지’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누구나 쉽고 편하게 은행에서 금융 정보와 상품들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포용적 금융을 통한 상생 경영을 실천하려고 노력중이다.

 또 지난 3월 문을 연 ‘따뜻한 금융클리닉센터’는 금융권에서 처음 시도하는 방식으로 대부분의 은행이 고객들의 자산관리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객들의 부채관리에 눈을 돌려 신용사회 정착과 경제적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돈을 빌리는 사람이 약탈적 금리로부터 벗어나 원리금을 자신의 노력으로 상환할 수 있어야 금융이 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일시적 자금부족이나 곤궁에서 벗어나기 위해 돈을 빌리고 갚을 수 있어야 하는데 금리가 너무 높아 이자를 갚기 위해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 빠지게 되는 것은 정상적 금융의 역할이 아니다.

 전북은행은 이러한 은행의 역할을 제대로 인식하고 은행의 문턱을 낮춰 누구나 제도권 금융 내에서 금융 상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상환의지가 강한 고객들에게 은행이 먼저 손을 내밀 수 있는 다양한 채널 발굴로 은행의 새로운 역할 모델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은행이 할 수 있는 실질적인 사회공헌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시대의 또 다른 렘브란트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미래를 선사하기 위한 우리의 발걸음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전북은행 김종원 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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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 2018-09-12 08:12:30
x소리 말고 주가관리나 잘해라 20년째 6천원이 뭐냐! 당신은 임원 오래하니까 좋지? 직원들은 존나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