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메르스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가 필요하다.
다시 돌아온 메르스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가 필요하다.
  • 정석윤
  • 승인 2018.09.11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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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가 다시 발생해 보건 당국이 초비상이라고 한다. 3년 전 워낙 혼쭐이 나 이번에는 비교적 차분하고 신속한 초동대처가 이뤄져 다행히 이전같은 사태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비록 메르스가 전처럼 대유행(pandemic) 수준까지 발전할 거라고 보지는 않지만, 만일 진짜 재발이 벌어진다면 이번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평시의 한국 의료는 해외에서 배움을 자청할 정도로 잘 만들어져 있다. 환자 입장에서 이 정도로 뛰어난 서비스를 이렇게 신속하게 받을 수 있는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 흔치 않고 익히 알고 있지만 의료한류 열풍까지….

 이는 전 국민에게 건강보험 가입을 강제함과 동시에, 의사들이 직접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경쟁하게끔 하는 등, 시장 경쟁의 장점을 취하면서도 공공의 통제 장치를 함께 마련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전 메르스 사태처럼 전염성 질환 유행과 같은 긴급 시에도 이런 경쟁 체제가 잘 작동할지는 여전히 의문시 되고 있다. 각 병원은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의료법상 환자 유인 행위를 금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공공의 건강에도 이바지한다. 하지만, 전염성 질환은 환자를 유치하면 유치할수록 병원으로서는 손해가 커지며 삼성병원처럼 명성에도 상당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병원 그 자체가 감염에 가장 위험지역이 되기 때문이다. 불과 얼마 전 메르스 유행시, 각지 병원이 우리 병원은 메르스를 진단할 수 없다거나, 메르스 환자가 다녀가지 않았다는 공고를 정문 앞에 써 붙이고 있는 실정이었다. 마치 이를 제어해줘야 할 컨트럴타워의 부재처럼 말이다.

 한국 의료역사는 ‘새로운 분기점’에 서 있다고 한다.

 어느 의대 한 교수는 과거 메르스 사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서 “메르스 바이러스에게 최고의 숙주는 낙타가 아니라 구태의연한 과거 대한민국 보건의료체계였다”고 발언해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과거 사태를 겪으면서 얻은 교훈은 역설적이게도 ‘보건의료가 우리 국가와 공동체를 떠받치는 매우 중요한 공적 자산’이라는 인식을 국민들이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나아가 의료 공급의 주체가 민간병원이건 공공병원이건 공공의료의 역할과 기능의 중요성을 더욱 깨달았다는 사실이다.

 3년 전 메르스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한국의료의 고질적 병폐를 해결할 수 있는 전에 없던 기회를 제공했다고도 할 수 있다.

 먼 훗날 한국의료의 역사가 ‘메르스 이전’과 ‘메르스 이후’로 나뉠 수 있도록, 정부와 의료계, 국민 모두가 유비무환의 자세로 힘을 합쳐 다시 사회적 패닉 상태에 빠지지 않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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