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혁명 기념일 선정, 백년사하청이 되지 않게 하자
동학농민혁명 기념일 선정, 백년사하청이 되지 않게 하자
  • 이윤영
  • 승인 2018.09.10 2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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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도 역시 동학농민혁명 법정(국가)기념일 선정에 대한 추진과정이 비공개로 진행되다가 요즘에 이르러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다. 필자도 간혹 전해들을 정도였으니, 과히 극비로 추진되었던 모양이다. 이러한 상황을 생각하면 무슨 역적모의도 아니고, 그렇게까지 해야 되는가의 의심이 들것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의 극심한 논란 속에 반복되는 추진과정이 13년째 표류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추진 측의 고충을 이해하면서 지혜를 보태고자 한다.

 기념일 추진은 2004년 ‘동학농민혁명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후 준비절차를 거쳐 2005년부터 본격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보다 앞서 1994년 동학혁명1백주년을 계기로 기념일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므로 24년이 경과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동안 문화체육관광부의 위임을 받은 기념재단을 중심으로, 유족회, 천도교, 학계, 전국의 기념사업단체 등이 참여하여 수차례 시도했지만 결정적인 단계에서 좌절되었다. 그러다가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는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에서 직접 책임지고 법정기념일 선정에 나서게 되었다.

 

 동학농민혁명 법정기념일 선정계획

 

 문체부에서 2018년 8월 10일, 각 지방의 도청을 거쳐 시군에 전달된 기념일 선정 계획은 다음과 같다.

 첫째-추진방침에는, 동학농민혁명의 애국애족정신을 기리고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와 그 유족의 명예회복을 위하여 법정기념일의 제정을 추진함이다(근거: 동학농민혁명 명예회복 법 제1조). 동학 지역기념일중 법정기념일로서 가장 적합한 날을 지자체로부터 추천받아 선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죄종 선정함이다.

 둘째-선정기준은, (역사성)기념일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사실과 의의. (상징성)동학농민혁명을 대표하는 상징성이 높은 기념일. (지역참여도)기념일 관련 지역/지자체의 지원현황 및 참여도와 동학관련 유적지, 기념사업, 자체기념행사 추진 내용 등이다.

 셋째-선정절차는, 각 시?도는 8월10일~9월10일까지 동학 관련 지역기념일 중 법정기념일로 선정해야 하는 타당성이 제일 높은 지역기념일을 문체부로 추천한다. 공청회 개최 예정은 9월 중에, 문체부 주관, 기념재단 주최로 동학 관련 전문가 및 지자체와 관련단체 의견을 청취한다. 선정위원회 심의 및 선정은 10월중으로 예정한다.

 넷째-추천서 작성방법은, 위와 같은 내용으로 추진과정 및 결과에 대한 동의서를 소관단체 즉 지역동학관련단체를 포함하여 제출한다는 것으로, 어찌 보면 불가역적의 확실성을 담보로 추진하는 것을 짐작케 한다.

 

 과연 국가기념일 제정은 가능할까?

 

 현재 문체부를 중심으로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법정기념일) 선정계획이 본격 가동되고 있다. 지난 수차례의 과정이 좌절되었다는 것에 과연 그 결과의 귀추가 주목된다. 필자는 며칠 동안 관련 학계와 단체 등에 자문을 구해봤다. 우선 법정기념일 선정위원회 대표위원인 기념재단 이승우 이사장, 이정희 천도교 교령, 이기곤 유족회 이사장, 조광 국사편찬위원장, 안병욱 한국학중앙연구원장 중에서 몇 분의 의견을 청취하였다. 또한 전북을 중심으로 전국의 기념사업회 임원, 연구학자 등에도 폭넓은 자문 및 의견을 청취하였다. 지면상 자세히 밝히기는 어려우므로 간략하게 소개를 하여본다.

 첫째-금번에는 반드시 기념일을 제정해야 한다. 둘째-역사의 대의에 어긋나지 않도록 바른 기념일이 선정 되어야 한다. 셋째-현재 추진 중인 방법에는 조심스럽게 문제를 제기한다. 이와 같이 세 가지 의견으로 압축된다. 또한 기념일이 전북지역에 국한되지 말고 전국적인 기념일 추진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특히 대부분의 관련자들은 이번 선정 결과에 승복한다는 뜻을 밝혔다.

 필자는 지금까지 기념일 추진, 선정 과정에 직간접 참여를 하면서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바로 ‘백년사하청(百年俟河淸)’이란 고사성어 이다. 이는 춘추전국시대에 자사가 한 말로서 ‘황하의 물이 맑아지기를 기다리지만, 사람의 수명은 얼마나 되는가.’의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오늘날 동학농민혁명 법정기념일 제정과정에 ‘백년사하청’이 되지 않도록 지역 간 대결구도 보다는 서로 화친하여 이제는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되었다고 본다. 우리 모두 역사와 선열님 앞에 부끄러운 사람이 되지 말자는 제안을 하면서, 전봉준 장군의 운명·유시 국역본을 끝으로 글을 마친다. 《때를 만나서는 천하도 힘을 합하더니, 운이 다하여 영웅도 어쩔 수 없구나. 백성을 사랑하고 정의를 위한 길이 무슨 허물이더냐, 나라 위한 일편단심 그 누가 알리.》

 이윤영<동학혁명(백주년)기념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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