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 모르는 진실
우리만 모르는 진실
  • 이흥래
  • 승인 2018.09.0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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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우리 전북지역의 대단히 심상찮은 고용사정을 보여주는 통계가 발표돼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고용률을 보면 전국 최하위 시군 10곳 가운데 4곳이 도내 지역이라고 한다. 특히 도시지역 고용률이 타지역보다 심각해 전국 최하위 시 지역 5곳 가운데 익산과 군산, 전주 등 도내를 대표하는 3개 시가 몽땅 포함돼 있다. 또 진안군과 임실군은 노인들이라서,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으로 꼽히는 등 도내 대부분의 시군들마다 고용상황이 최악의 상태라고 한다. 물론 요즘 전국적으로 경제상황이 좋지 못하다 보니 고용상황 역시 모두 비상이 걸린 형편이기는 하지만 이같은 통계청의 발표내용은 우리가 생각했던 이상으로 전북 지역의 고용사정이 심각한 상태임을 한눈에 보여주고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의 조업중단과 GM 군산공장의 철수로 도내 제조업은 사실상 빈사상태로 내몰리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회복의 기미를 쉽게 찾을 수 없다는 게 더 큰 문제인 듯하다.

 며칠 전 서울에서 조선분야 전문가와 조선업에 대한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자연히 화제는 우리 고장에 있는 군산조선소가 다시 가동될 수 있겠느냐로 모아졌다. 그는 한마디로 군산조선소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조선소였다며, 선박 발주가 늘어난다 하더라도 다시 가동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단호하게 지적했다. 대권 도전을 추진했던 오너가 대권 도전에 실패했던 선대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연고가 없는 호남에 조선소를 세웠을 뿐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특히 조선업은 설계팀과 선박건조 현장이 함께 있어서 수많은 문제를 즉각 즉각 해결해야 하지만, 이같은 체계적인 협업이 불가능했던 데다, 각종 부품들을 경상도 지역에서 가져와야 해 원가가 6∼7%가 더 드는데 다시 가동하겠느냐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더구나 국내 금융권들이 조선업에 대해서는 금융지원을 꺼리고 있어 군산조선소뿐만 아니라 경상도 지역에 있는, 유명한 조선소들도 이미 매물로 나와 있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결국, 정권이 바뀌기를 기다리거나, 땅값이 오르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결론이었다.

 물론 그의 주장이 꼭 옳다고 볼 수는 없지만, 아직도 많은 전북 도민들은 선박 수주가 늘어나면 군산으로 상당한 건조물량이 넘어오고 그리되면 다시 조선소가 힘차게 가동될 것이라고 믿고 있는데…. 또 지역을 찾아온 대통령과 총리 그리고 많은 정치인들도 그렇게 희망을 심어주며 표를 거둬갔는데…. 세상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데 우리만 모르고 사는 것 같은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렇잖아도 요즘 많은 언론에서는 군산조선소의 가동중단 1년을 맞아, 폭격을 맞은 듯한 군산경제의 실상을 전해주며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 보자는 다짐이 한창이다. 하지만, 실상을 제대로 알아야 대책도 세울 수 있을 터인데 아직도 정부가 조금만 정책적 관심만 보여주면 재가동이 가능할 것이라는 등의 환상에 우리가 너무 젖어 있는 건 아닌지 모를 일이다. 지금 중국이 저가수주 등을 앞세워 세계 조선업의 판도를 휘젓고 있지만, 한국의 선박 건조능력이 세계 최고수준이라는 것은 세계 해운업계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만큼, 우수한 기술력을 사장시킬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다시 한번 세계 조선업계를 주름잡을 초인의 등장을 우리는 손꼽아 기다린다.

 이흥래<前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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