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순간, 그 시간을 극복하고 또 다른 성장을 이루다
찰나의 순간, 그 시간을 극복하고 또 다른 성장을 이루다
  • 채지영
  • 승인 2018.09.06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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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명 作

 안녕하세요. 여러분들에게 외설인지 예술인지…. 괜스레 전시장에 들어와서 그림을 마주하면 시선을 회피하게 만드는 누드크로키에 대해 소개하려고 합니다.

 그 전에 크로키를 간단히 정의내리면, 정해진 짧은 시간 동안 대상의 윤곽, 특징을 관찰하고 손으로 옮기는 훈련을 말합니다. 크로키는 대개 4B연필을 주로 사용하지만, 펜, 크레파스, 파스텔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여 그리게 됩니다. 각각의 재료마다 부드러운 느낌, 날카로운 느낌 등 다양한 감성적 표현이 가능하게 됩니다.

 그럼 다시 작품으로 돌아와서 크로키의 대상이 매우 다양한데 왜 누드를 그리게 되었을까요?

 크로키의 대상은 다양합니다. 순간의 찰나에 포착해야 하는 움직임을 가진 자연물에 대한 관심 갖기 시작했다면, 사실 사람만큼 좋은 대상은 없지요. 누드크로키는 짧게는 1분, 길게는 10분 정도 모델이 취하는 자세를 빠르게 그려내야 합니다. 이를 계속 연습하다보면 사람의 몸을 원통, 정육면체 등 입체와 그것을 보는 방향에 따른 다양한 형상을 스스로의 스타일로 찾게 됩니다. 또한 대상을 빨리 이해하고 연습하여 집중하며 개선해나가는 인내의 과정을 겪게 됩니다.

 작가는 짧은 시간 동안 완성하고 또 실패를 경험하게 되지요. 그러면서 자신의 인생에서 만들어내는 작은 흠집들을 실패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극복하여 또 다른 성장을 이루는 인생의 작은 깨달음도 얻을 수 있다고 할까요?

 오늘 소개할 작품은 여태명 작가가 그린 누드크로키 입니다. 여태명 작가는 아시다시피 지난 4월 27일에 열린 남북정상회담의 소나무식수 표지석을 쓰신 서예가입니다. 여 작가는 17년간 전주누드크로키 회원으로 참여하고 크로키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작가는 수묵화에 사용하는 먹과 붓으로 동양의 가장 감성적 표현이 풍부하고 또한 반대로 예민하게 인체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물의 동세에 맞춰 곧고 빠르며 거칠게, 섬세하고 감각적으로, 느린 것을 미덕으로 삼는 전통적인 필선과는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붓이 갖는 질감과 입체감, 리듬감 등 자신만의 독특한 필선을 엿볼 수 있습니다.

 오늘 제 이야기를 읽어본 독자 여러분들은 이제 어느 전시장에 가셔도 누드크로키를 이전과는 다르게 좀 더 섬세하게 바라볼 준비가 되셨나요? 이번 주말 교동미술관 1관에서 전시 중인 제17회 전주누드크로키전을 내 안에 또 다른 심미안으로 바라볼 수 있는 멋진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 글 = 채지영 교동미술관 학예사

  작품 = 여태명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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