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활용한 공간 활성화’
‘문화예술 활용한 공간 활성화’
  • 이진복
  • 승인 2018.09.03 17: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13 지방선거가 끝나고 그동안 주춤했던 지역 축제, 행사, 그리고 공연들이 본격적으로 날개짓을 하고 있다. 이제 곧 가을이 오면 여름내 더위와 싸우며 준비하던 지역 축제들이 시작되고, 각 공연장에서는 유독 힘들었던 올 여름, 연습실에서 흘렸던 땀의 결실들이 무대 위에 오른다. 한편, 차 없는 거리 행사 등 다양한 행사들도 우리의 가을을 풍성하게, 그리고 시끄럽게 만들 것이다. 그 중 하나가 첫마중길에서 이미 시작한 ‘주말N 첫마중’ 행사가 11월까지 매주 주말에 진행된다. 필자가 올해 5월 우아문화의집 관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타의반 자의반 갑자기 맡게 된 행사치곤 주변의 시선들이 무겁게 느껴지는 행사다.

 그동안 첫마중길에서는 많은 민원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행사와 공연, 빛축제 등이 연중 진행되면서 이제는 비판을 넘어서 새로운 시선으로 해석해야할 시점이 되었다. 그렇다고 무엇인가를 꼭 채워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오히려 채우더라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어떤 하나의 공간이 만들어졌을 때 우리는 ‘문화예술을 활용한 공간 활성화’라는 아주 꺼내들기 쉬운 카드를 보통은 많이 꺼내든다. 물론 ‘문화’라는 단어가 가지는 매력은 모든 것을 흡수한다는 점에서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예술’에 국한 되어 사용되어 진다는 점에서 이제는 너무 진부한 수단일 수 밖에 없다. 오히려 ‘문화’라는 본래의 의미처럼 다양한 모습들로 이 공간이 채워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빛축제가 그러했고 현재 운영되고 있는 물놀이장, 프리마켓이‘문화=공연예술’이라는 습관적 관념을 뛰어넘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다. 하나의 예로 프리마켓은 문화활동이라고 하기에는 조금은 부자연스러운 면이 없지 않다. 오히려 생계수단으로 바라본다면 경제활동이라고 하는 편이 더 자연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은 ‘문화’라는 테두리 안에 있지만......

 앞으로 ‘첫마중길’에서는 다양한 문화 활동이 이루어질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의 사는 모습이 이곳에 담길 것이다. 전주역을 통해 들어오는 관광객들에게 전주의 첫인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름 또한 ‘첫마중길’이라고 하였다. 그 목적이 어디에 있건 우리에게는 새로운 하나의 공간이 만들어진 것이고 사람들의 손에 의해 이곳이 채워질 것이다.

 ‘첫마중길’이 사람들이 숨 쉬는 곳이 되길 바란다. 공연도 있고 프리마켓도 있고, 때로는 비워져서 쉴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아이들의 놀이터, 자동차로 부터 다시 되찾은 ‘자유’를 상징하는 도로도 될 수 있다. 무엇으로 채울 것인지 규정짓기 보다는 사람들이 ‘첫마중길’이라는 공간을 어떻게 해석해 가는 지가 더 중요하다. 어떻게 인식하고 어떻게 활용하는 가는 결국에는 모두 사람들, 즉 시민들의 몫이다.

 얼마 전 시작한 ‘주말N첫마중’ 행사는 바로 시민들에게 공간을 열어두기 위한 사업이다. 주말에 첫마중길에 오면 웬지 무슨일이 생길 것 같은 막연한 기대감이 설레임으로 바뀌길 기대하면서 명명한 것이다. 행사이기 때문에 시간을 정했지만 사실은 행사시간을 24시로 하고 싶은 맘이다. 일정시간에 가두어 일정표를 짜고 보여주기식 행사에 익숙한 우리는 또 그렇게 해야만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운영상 문제가 있는 것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이번 행사는 일정표보다는 ‘공간’이 더 중요하다. ‘공간’이 목적이고 ‘공간성’을 바라보는 해석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곳에서 만나는 비일상적 일탈이 더 중요하다. 여행지에 갔을 때 우연히 만나는 그 지역의 소소한 행사들이 우리에게 큰 선물이 되듯 ‘우연성’과 ‘일탈’을 맛 볼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첫마중길’이 광화문 광장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나중에는 ‘길’이 아닌 ‘광장’, 전주의 광화문 광장이 되길 바란다.

 /=이진복(공연기획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