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저지와(井底之蛙)에서 벗어나자!
정저지와(井底之蛙)에서 벗어나자!
  • 김태중
  • 승인 2018.08.3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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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지역사회에서 전북 몫과 전북 자존심 찾기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전북은 수십 년 동안 호남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광주·전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사와 예산, 사업 등에서 불이익과 불균형을 겪어왔다. 전북 몫 찾기 운동은 호남이란 울타리에 갇혀 잃어버린 전북의 몫을 제대로 찾자는 주장으로 지난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도내 전역으로 확산했다. 전북 자존심 찾기 운동은 송하진 전북도지사가 2023 새만금 세계잼버리 유치를 계기로 ‘전북 자존의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한 이후 전개되고 있다. 전북 몫 찾기, 자존심 찾기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이나 정부가 전북인물을 중용하고 예산을 배려해 주는 것만으로 전북의 자존심을 찾았다고는 볼 수 없다. 정당한 대접을 받으려면 전북이 가진 역량을 개발해 우리 스스로 자존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수십 년 동안 낙후와 소외의 부정적인 의식 속에서 굳어진 폐쇄적인 문화와 배타적인 의식을 떨치고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면모를 찾았으면 한다.

 폐쇄적 배척문화를 깨뜨리자!

 전북지역이 폐쇄적이란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일반 시민사회는 물론 공직사회까지 ‘끼리끼리’ 문화가 있고 외부 진입에 대해 배타적이다는 소리다. 지방행정은 문턱이 높아 적극적인 행정, 도와주는 행정이라고 보기보다는 꼬투리 잡기 식 지원행정이란 평가다. 규정과 절차보다는 관례를 들어 업무를 처리하고 일선공무원의 ‘끗발’이란 무소불위의 규제로 다른 지역에 비해 일 처리가 어렵다는 하소연이다. 관을 상대하려면 연줄을 찾고 친분을 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지방행정이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다는 비판이다. 시민사회의 의식도 비슷하다. 외지기업이 지역 내 투자를 하려 하면 거치적거리는 것이 너무 많다. 주민 민원부터 시민사회단체까지 나서 발목을 잡는다. 대기업 투자에 대해서는 더욱 사시적 시각이다. 대기업이 투자하면 지역상권이 초토화돼 지역이 망한다는 논리다. 전북지역에서 거둔 이익은 모든 지역에 환수하라니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다.

 정부 사업이나 지역 현안 추진에도 무조건 반대 목소리가 높다. 새만금 반대, 부안방폐장 반대, 김제공항 반대, 전주종합경기장 개발, 대한방직 부지 개발, KTX 혁신도시역 설치 논란 등 전북의 명운을 가를 현안에 대해 대안을 찾기보다는 반대가 앞섰다. 심지여 외지 세력이 들어와 지역 민심을 좌지우지해도 수수방관한다. 새만금과 부안방폐장 반대에 전국 환경단체가 모여들었으며, 몇 년 전 전주시내버스 파업엔 전국 노동단체가 몰려와 대리전을 치렀다. 객들이 떠난 자리에 들러리를 선 도민들만 남아 전북 낙후의 신세타령을 할 뿐이다.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의식전환 

 전북도민의 의식과 기질은 같은 호남권인 전남·광주와 자주 비교된다. 남도지역 주민들은 기질이 거세며 도전적이단 이야기를 많이 한다. 지역의 이익을 위해서는 지역사회가 똘똘 뭉친다. 정부 부처 인사나 예산배정에서 밀리면 호남홀대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지역의 몫을 끝까지 얻어낸다. 지역을 위해 불가피한 사업이라면 시민단체들이 앞에서는 반대하고 뒤론 협상하면서 지역의 이익을 극대화한다. 전북과 같은 대책이 없는 무조건의 반대가 아니라 전략적인 반대와 협상을 벌인다. 최근엔 무안공항 활성화를 위해 광주공항을 통합하기로 하는 등 광주·전남의 상생협력을 이끌어 냈다. 무안공항 활성화를 위해 새만금국제공항 반대 움직임도 보인다. 전북지역 아파트 건설을 전남·광주 업체가 싹쓸이하는 등 거칠 것이 없다.

 전북은 전라북도라는 울타리에 갇혀 있는 모습이다. 폐쇄적인 배척문화와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눈앞의 이익에 매몰된 모습이다. 전북 밖의 세상은 융복합의 4차산업 시대를 맞고 있다. 구한말 쇄국의 깃발을 들고 우물안의 개구리처럼 빗장을 닫아걸고 있기엔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전북 시민사회가 고개를 높이 들어 주변을 살피고 더 멀리 내다보았으면 한다. 새로운 활력이 넘치는 지역사회, 도전과 열정이 넘치는 전북, 개방과 수용의 사회를 만들길 기대한다. 전북 자존의 시대는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가 힘을 합쳐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면 언젠가는 열릴 것으로 본다. 전북의 자존을 높이려면 정저지와(井底之蛙)에서 벗어나야 한다.

 

 김태중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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