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무전 도청하는 견인차 기사들
경찰 무전 도청하는 견인차 기사들
  • 김기주 기자
  • 승인 2018.08.30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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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익 전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이 30일 오전 전주시 완산구 전북지방경찰청 기자실에서 교통사고 현장을 선점하기 위해 경찰 무전을 도청한 일당 검거에 대한 사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최광복 기자
 사고현장에 먼저 도착하기 위해 경찰 무전을 도청한 견인차 기사와 자동차공업사 영업사원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전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통신비밀보호법위반 혐의로 박모(52)씨 등 1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에게 감청이 가능한 전기를 판매한 정모(71)씨 등 2명도 전파법 위반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

 박씨 등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전북 경찰 무전을 감청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무전을 통해서 ‘교통사고’에 해당하는 경찰 음어가 들리면 사고 현장에 즉시 출동, 파손된 차량을 견인했다. 박씨 등은 이 같은 수법으로 매달 5건 이상의 교통사고를 선점했다.

 특히 이들은 사고 지점으로 이동하면서 신호위반, 과속 등 교통법규 위반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교통사고 현장에 먼저 도착한 견인차 기사가 사고 차량을 견인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사결과 자동차 공업사에 사고 난 차량을 가져다주고 전체 수리비의 15~20%를 대가로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또 사고 현장에 빠르게 도착하기 위해 경찰들이 사용하는 무전 음어(경찰이 사용하는 무전 용어)를 의무경찰 출신들에게 배워 외원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동종 업계 관계자로부터 경찰 주파수를 알아내거나 개조 무전기 주파수를 일일이 돌려 경찰 무전망을 찾아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범행이 가능했던 이유로 디지털 방식(TRS)으로 무전기를 사용하는 서울과 인천 등 대도시 지방경찰청과 달리 전북 등 다른 지역에서는 여전히 아날로그 무전 방식인 이용한 탓에 무전 도청이 가능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지난해 전북지역 자동차 공업사 영업직원과 렉카차 기사들이 경찰 무전을 도청한다는 제보를 입수,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1년간의 수사 끝에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무전기와 블랙박스 등 증거물을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보다 사고 현장에 먼저 도착한 견인차 기사들이 사고 차량을 견인하고 있어 무전 도청을 의심해 수사에 착수했다. 일부 피의자 중에는 폭력조직원도 포함돼 있어 조직적인 범죄개입 여부도 조사할 예정이다”면서 “디지털 무전체계 도입 추진도 지속적으로 요청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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