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으로 하는 수업 - 수박에는 왜 줄무늬가 있어요?
질문으로 하는 수업 - 수박에는 왜 줄무늬가 있어요?
  • 장영란
  • 승인 2018.08.30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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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간의 짧은 방학이 끝나고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만났습니다.

“우리 목화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요!” 텃밭 가는 길에 아이들 마음이 부풉니다. 멧돼지의 습격을 받은 옥수수 밭에서 옥수수를 건져 올렸어요. 옥수수 가지고 한참 놀다가 송현이가 기막힌 제안을 합니다. “선생님! 우리 이 옥수수수염으로 옥수수 수염차 만들어 먹어요!” 옥수수 자루를 고르던 아이들이 수염을 집어 듭니다. 옥수수 수염차 만드는 방법을 스스로 검색하고, 수염을 잘 모아서 씻고 말려 둡니다. 햇빛에 잘 마른 옥수수수염을 잘 덖어서 차를 만들어 먹겠답니다.

방학 내내 죽지 않고 살아 있는 토마토 맛을 보았어요. “진짜 달아요!” 여름내 야무지게 영근 수박도 땄지요. 관찰하고 그리고 맛을 보았어요. 정말 꿀맛입니다. 목화는 키를 훌쩍 넘겨서 자랐구요. 방학 내 우리를 기다렸을 작물들에게 물을 길어다 줍니다. 봄부터 가꾼 수박이 야무지게 익었습니다. 솜털이 보송보송할 때부터 아침저녁으로 물을 길어다 주고, 풀을 뽑아주며 가꾼 보물이에요. 두 개를 따서 품에 안아봅니다.

수박을 교실에 가지고 와서 한참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다음 주에 있을 ‘수박을 먹고 싶으면’의 작가 유리 선생님과의 만남을 기대하면서요. 이리저리 굴려도 보고, 손으로 들어도 보고, 냄새도 맡던 아이들이 하나씩 질문을 하기 시작합니다.

수박은 왜 줄무늬가 있어요?(송현)

수박은 왜 안은 빨간데 밖은 초록이랑 검정 줄무늬가 있어요?(재영)

수박은 왜 동그래요?(겨레) 꼭 동그란 수박만 있는 것도 아닌데, 네모난 수박도 있어요.(서윤)

수박은 왜 꼭지가 있어요?(의윤)

왜 어떤 수박은 연두색인데 어떤 수박은 초록색이에요?(호진)

수박의 줄무늬가 왜 비뚤빼뚤해요?(재영)

왜 수박은 맛이 다를까?(의윤)

노란 수박은 왜 있어요?(송현)

수박은 계란 모양 같고 왜 크기가 달라요?(의윤)

수박의 나이는 어떻게 알아요?(호진)

수박의 줄무늬는 수박마다 다른가요?(영란)

수박은 검은 바탕에 초록 줄무늬인가요? 초록 바탕에 검은 줄무늬인가요?(영란)

아이들이 쏟아내는 질문들을 받아서 적어서 아이들과 함께 바라보다가 하루 공부가 끝났습니다.

다음 날, 수박 공부를 계속했습니다. 우선 질문을 하나씩 띄워놓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질문1) 수박은 왜 줄무늬가 있어요?

화면에 띄워진 질문을 한참동안 바라봅니다. 생각하는 중이었겠지요?

“줄무늬가 있는 다른 과일을 찾아볼까?”

“멜론, 수박....” 주변에서 본 것들을 떠올립니다.

“그럼 줄무늬가 없는 과일은?”

“딸기, 포도, 복숭아, 귤, 사과, 오렌지요!”

“줄무늬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줄무늬가 없는 과일들은 색깔로 자기가 있는 곳을 표시해요. 줄무늬가 있는 과일은 줄무늬로 자기가 있는 곳을 알려줘요!” 서윤이가 차이점을 말합니다.

“알려주면 먹히는데 나쁜 거 아니야?” 호진이가 고개를 갸웃하며 대꾸합니다.

“여행하고 흙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잘 보여야 흙으로 가는 데 유리하죠!” 서윤이가 시적으로 말하네요. “식물은 먹히는 게 목적이에요.” 겨레가 거듭니다.

“식물은 왜 먹혀야하지?”

이 질문을 해결하고 싶은데 말하지 않고 깨닫게 할 방법이 없는 거예요. 아침에 산책길에 따다 놓은 여주가 보였어요. 여주를 갈라서 맛을 보았어요. 생각보다 달큰한 맛이 나네요. “어머나! 여주가 달아!” “어디요? 저도 먹어 볼래요!” 그러더니 제비마냥 입을 벌리네요. 하나 둘 셋 씨앗이 모이니까 “선생님! 봉투 없어요?” 이때다 싶었죠. “봉투는 왜?” “집에 가져가서 심어보려고요.” “그래? 여주의 작전이 성공했군!” “여주의 작전이 뭔데요?” “뭘까?” “우리한테 먹히는 거요?” “맞아. 너희한테 먹혀서 너희 집 근처까지 가서 싹 트려는 게 여주의 작전이야.” “왜요?” “1학년 창문 아래에 여주씨가 후두둑 떨어져서 내년 봄에 싹이 트면 어떻게 될까?” “여주가 또 나겠지요. 그러면 좋은 거 아니에요?” “문제는 여주 열매도 많고, 씨앗도 많다는 거야. 그럼 싹이 엄청 많이 나겠지? 우리 반이 좋다고 100명이 전학 오면 우리 교실은 어떻게 될까?” “완전 망하겠죠!” “그래, 여주도 멀리멀리 적당히 흩어져서 싹이 나게 하고 싶을 거 아냐?” “아하~ 그렇겠네요!” 깨달음의 순간입니다.

“먹히면 씨앗이 자기하고 떨어진 땅으로 가게 되어 있어요. 청설모랑 다람쥐는 도토리(참나무 열매)를 겨울에 먹으려고 땅에 묻는데 그것을 다 찾지는 못해요. 못 찾은 도토리는 싹이 터서 자라요. 결국 도토리나무가 더 멀리멀리까지 가게 되는 거예요.” 호진이의 야무진 마무리입니다.

“선생님! 옥수수는 야생이 아니래요. 옥수수는 알갱이가 많아서 그 자리에 떨어져서 싹이 나면 싹들이 마구 엉켜서 죽게 돼요. 그래서 사람이 두세 개씩만 심어줘야 한 대요.” 서윤이의 상식이 빛을 발합니다. 아이들은 먹던 옥수수를 다시 바라봅니다. ‘이게 야생에서는 자랄 수 없다고?’

‘수박은 왜 줄무늬가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수업은 끝날 줄을 모릅니다. 아이들은 생각하고, 질문하고, 또 생각하는 그 힘든 과정을 겪어냅니다. 자기 자신의 궁금증에서 출발한 사유의 과정이 얼마나 즐겁고 아름다운 것인지를 경험합니다. 수업 내내 저는 아이들 곁에서 바라봅니다. 더 많이 질문하고, 더 오래 헤매이고, 더 깊이 탐색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선생 노릇은 그것이면 족합니다.

 장승초등학교 진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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