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공론화위, 성급하게 실패로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
“대입공론화위, 성급하게 실패로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
  • 강주용
  • 승인 2018.08.29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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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국가교육위원회 대입개편 공론화위원회는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치르게 될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에 관한 기본 방향을 발표했다. 공론화의 기본방향에 따라 대통령직속 국가교육위원회는 ‘현행보다 정시 확대’와 수능 상대평가 원칙은 유지하되, 절대평가과목에 제2외국어·한문을 추가하라고 권고했다. 교육부는 국가교육위원회의 권고를 바탕으로 수능위주 전형 비율을 30% 이상으로 늘리도록 각 대학에 권고하고, 수능 확대평가 원칙은 유지하되, 절대평가과목에 제2외국어·한문을 추가하라는 국가교육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발표했다. 세 단계를 거쳐 완성한 2022학년도 대입개편안의 큰 골자이다.  

 지난 1년 동안 대입개편안 논의는 교육부에서 국가교육회의로, 다시 공론화위원회로 넘겼다. 대입개편공론회위원회는 기본방향을 국가교육위원회로, 교육부는 국가교육위원회 권고에 따라 최종적으로 2022학년도 대입개편안을 발표했다. 복잡하다. 엄청난 시간과 인력을 투자했다. 결론은 학부모, 각 이해당사자와 교육관련 단체, 모두 만족시키지는 못했다.  

 교육제도는 교육제도 하나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즉 우리나라의 특유한 학벌과 노동문제를 그대로 두고 교육개혁을 논의하는 것은 분명히 한계가 있다. 복잡다단하고 이해관계자에 따라 의견이 천차만별인 교육제도를 바로 잡는 유일한 방법은 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이다. 국민이 신뢰하지 않는 제도는 성공할 수 없다. 신뢰를 과정에서부터 만들 수 있는 것은 숙의민주주의 하나인 공론화위원회이다. 숙의민주주의는 직접민주주의 한 방편이다. 지도자가 선출된 뒤에는 정책 결정에 일반 시민들이 개입하기란 간접민주주의에서는 어렵다. 사회적 합의를 이끄는 과정과 절차를 중요시하는 공론화위원회는 이러한 단점을 보완해준다. 

 교육제도, 특히 대입개편은 국민 전체에 영향을 끼치고 극심한 이해 대립에 뒤얽힌 사안이다. 지금까지 교육 당국은 구체적인 숙의 과정 없이 정책을 수행하여 숱한 갈등과 반복을 초래했다. 공론화위원회는 이런 갈등과 반복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하지만, 교육 관련 단체는 공론화위원회가 갈등만 키우고 문제 해결에는 별 도움이 못 된다는 비판을 한다. 어떤 교육단체장은 일부 계층으로만 대입제도를 개선하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많은 언론과 교육단체들은 공론화의 무용론을 부각하면서 비난 일색이다. 그리고 대입개편공론화위원회의 무용론을 주장한다. 3개월 동안 시민참여단 490명이 숙의하고 토론한 시민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성급한 판단이다. 시민참여단에는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도 참여했다. 정면으로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처럼 들린다.

 지금 중요한 것은 공론화위원회의 단점을 부각하여 폐지론을 주장하기보다는 공론을 제대로 만들 수 있는 절차를 다듬는 일을 해야 한다. 공론화위원회는 각각 특성에 맞는 공론을 모으도록 투명한 절차를 만들어 더 활성화해야 한다. 전문지식과 상식 그리고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한다. 일부 특정단체의 일방적인 의견도 숙의와 토론을 통해 공론화해야 한다. 이 방법이 교육의 직접 당사자인 학생, 학부모를 포함한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또한 모든 국민은 교육을 받고 자라며, 부모가 되면서 자녀를 가르치고, 교육 속에서 살기 때문에 시민이 참여하는 교육 관련 공론화위원회는 더욱 필요하다. 다만, 공론화위원회를 어떻게 구성하여 운영할 것인가라는 과정의 정당성을 찾는 노력은 필요하다. 정의롭고 효율적인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여 집단지성이 발휘될 수 있도록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는 카를 마르크스의 유명한 논제이다. 교육제도가 불신을 받는 이유는 존재, 즉 교육제도라는 존재가 국민에게 신뢰와 믿음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계층에 따라 교육적 이해가 첨예하게 달라지는 교육제도에 신뢰와 믿음을 만들어 줘야 한다.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공론화위원회이다. 공론화위원회라는 존재를 통해, 공론을 모은다면 믿음과 신뢰의 교육제도라는 의식을 국민에게 줄 수 있다. 대입제도 개편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교육에 공론화를 통해 존재를 만든다면 국민의 신뢰를 받는 의식이 생긴다. 즉 믿음의 교육제도를 만들 수 있다. 일부 계층이 주도하는 교육제도는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는 없다.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전교 1등 논란 보도 속에서 더 많은 교육 분야의 공론화위원회 역할을 기대해본다.

강주용 전공노 전북교육청지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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