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약 ‘발사르탄’ 제제 사태, 복제약 이제는 믿을 수 있나?
고혈압약 ‘발사르탄’ 제제 사태, 복제약 이제는 믿을 수 있나?
  • 김형준
  • 승인 2018.08.26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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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8일 주말 사이 ‘발암성분함유 혈압약 처방, 판매 중지’라는 급작스런 복지부의 발표에 적잖이 당황스런 일이 있었다. 일부 중국산 원료로 생산된 ‘발사르탄’ 성분의 혈압약에서 발암 물질인 불순물이 함유되어 있음이 확인되었다며 즉시 투약을 중단하라는 발표였다. 이 발표에 혈압약을 복용하는 수백만의 고혈압 환자들뿐만 아니라, 그동안 아무런 의심 없이 약을 처방해오던 의사들까지 거의 패닉에 가까운 충격을 받았고 서둘러 해당 약물을 확인하기 위해 식약청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처음 식약처의 발표에서 무려 219개 품목의 약품이 판매, 제조, 처방 금지 해당되었는데, 문제가 된 ‘발사르탄’ 성분의 약은 근래 고혈압 환자에게 가장 많이 처방되는 인기 약물이었기에 그 파장은 실로 대단하였다.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에도 금지 품목에 해당하는 약물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하고, 주말임에도 서둘러 환자들에 투약을 즉시 중지케 하고 대체 약물을 투약하는 등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심지어는 해당 약물을 필자인 본인뿐만 아니라, 일부 친지에게까지 수년간 처방해 왔기에 뭐라 표현할 수 없는 황망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틀 후 91개 품목은 문제가 된 중국산 원료가 아닌 것으로 확인되어 중지 품목에서 해지되는 혼선이 있었고, 해지 품목에 필자의 병원에서 사용하는 약물이 다행(?)히도 포함되어 있어 즐겁지 않은 쓴웃음을 지는 일도 있었다.

 아무튼 이번 사태로 인해 원인이 된 중국산 ‘발사르탄’을 원료로 한 혈압약을 처방받은 사람들이 무려 36만여 명이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고, 일단은 환자들이 약을 재처방을 받은 가운데 7월 23일 보건당국은 ‘제2의 발사르탄 사태’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내용은 기준에 적합한 의약품만 유통될 수 있도록 하고 원료의약품의 해외 제조사에도 실사를 나설 수 있도록 법제화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식약처는 국내 수입 또는 제조된 모든 발사르탄 원료의약품(52개사 86개 품목)을 수거해 검사한 결과를 발표하며 재발 방지 차원에서 현재 운영되는 원료의약품 등재(DMF) 제도가 한번 등록된 후 지속적인 추적·관리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라 해외 원료의약품 제조사에 실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법제화하기로 했다고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번 문제가 된 ‘발사르탄’ 혈압약의 원재료를 제조하는 회사만 무려 여러 나라에 52개 회사나 되는 데 우리나라 회사도 아닌 다른 나라 회사를 실사하겠다는 것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 대책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차라리 수입되거나 국내 제조되는 원료의약품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겠다는 것이 훨씬 현실가능한 대책임에도 말이다.

 사실 이 문제가 처음 밝혀진 것도 식약처가 스스로 알아낸 것이 아니라 유럽의약품청(EMA)이 혈압약 원료 중 중국 ‘제지앙화하이’사가 제조한 ‘발사르탄’에서 불순물이 포함되었고 이 물질이 암을 유발할 수 있어 해당 물질로 제조된 유럽 내 혈압약에 대한 판매·제조 중지 조치를 내린 것이 국내에 알려지면서이다. 그러나 정작 처음 문제가 된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 캐나다, 일본 등에서 금지 품목이 수십 개 이내인 반면 국내에서만 해당 상품이 200여개에 이르고 해당 피해 환자가 36만 명이나 되는 등 국내에서 유독 큰 파장을 일으킨 근본적 원인이 다른 곳에 있다는 지적이다. 그것은 바로 지나치게 영세한 제약회사의 난립과 이에 따른 ‘복제약의 난립’이라는 고질적인 국내 제약업계의 문제점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복제약 제조·판매를 활성화해 오리지널 약의 가격을 떨어뜨려 결과적으로 건강보험 지출을 줄이는 정책을 고수해왔다. 실제로 저가약 우대 정책으로 같은 성분이지만 상대적으로 비싼 오리지널 약을 많이 처방하는 의료기관에 삭감이나 실사 등의 공공연히 불이익의 압박을 주고, 저가약 우대정책 같은 유인책을 통해 싼 복제약의 시장 진입을 돕고, 오리지널 약값은 낮추는 유인책을 사용해 온 것이다. 하지만 복제약 우대 정책은 제약사 간의 과당 경쟁을 초래함으로써 불법 리베이트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발사르탄’ 사태를 통해 원료는 동일한데 겉포장만 다른 복제약이 이토록 난립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근본적 처방의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다. 이번 사태 후 실제로 모든 복제약 혈압약 처방이 급격히 준 반면 오리지널 혈압약 처방은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태가 의사들에게 그동안 설마 하던 복제약에 대한 불신을 더욱 가중시켜 설사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오리지널 약을 처방하게 한 것이다. 많은 의료인들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시판되는 복제약 품목 수를 제한하는 등 약품시장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점에 의견을 모으고 있지만 정부는 구체적인 방법은 여전히 고민 중인 것으로 보인다. 사실 같은 성분의 의약품은 오리지널이나 복제약이나 같은 효과, 효능, 부작용을 보여야 한다. 이를 증명하는 실험을 ‘의약품 생동성 시험’이라고 하는 데, 생동성시험을 여러 제약회사가 공동으로 하거나 이미 생동성 시험을 통과한 업체에 위탁하면 별도의 시험 없이도 복제약 출시를 허가하는 제도를 우리나라만이 거의 유일하게 실행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악화시킨 한 원인인 복제약 난립을 막기 위해 바로 이점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이번 사태를 악화시킨 한 원인이 이러한 복제약 난립에 있음을 직시하고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김형준<의료법인 지석의료재단 효병원 진료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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