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와 남자에 대하여
여자와 남자에 대하여
  • 최정호
  • 승인 2018.08.2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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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희정씨에 대한 무죄판결로 많은 사람들이 재판부를 비난하고 있다. 나는 관련법에 무지하여 이번 판결의 잘잘못을 따져 독자들에게 피로감을 가중시키고 싶지는 않다. 다만, 남녀관계가 쉽지 않음을 지적하고 싶다. 남녀는 사실상 다른 종족이라 할 만큼 많이 다르다. 금성과 화성이라는 행성으로 비교하여 서로에게 외계인이라고도 한다. 그 둘의 관계를 개와 고양이에 비유하기도 한다. 남자는 개처럼 짖어대고, 무례하며 비굴하다. 여자는 고양이처럼 우아하고 깨끗하며 품격이 있다.

 개는 기분이 좋으면 꼬리를 흔들고 화가 나면 으르렁거리며 짖는다. 고양이는 그 반대다. 고양이는 경계할 대상 앞에서 꼬리를 세우고 공격준비를 한다. 그러나 애무를 받고 싶은 대상에게는 으르렁거리며 치근거린다. 개가 호의를 가지고 꼬리를 흔들며 접근하면 고양이는 개의 태도를 공격의 신호로 오해하고 경계를 한다. 개는 고양이의 경계를 환영의 표시로 오해하고 꼬리를 더욱 흔들며 자신의 입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는 고려하지 않고 입맞춤을 시도하다가 다시는 참을 수 없는 고양이는 개의 얼굴을 할퀴고야 만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개에 대해 친밀감을 느낀 고양이가 으르렁거리며 다가서면 개는 공격의 신호라 여기고 으르렁 짖는다. 개의 호의라고 오해한 고양이는 더욱 다가가고 결국에는 이를 공격으로 오해한 개는 고양이를 물어버린다.

 이 얼마나 가슴 아픈 비극인가? 남녀를 개와 고양이에 비유하는 것은 조금 지나친 면이 없지 않다. 안희정 무죄에 대한 고양이들의 이유 있는 분노와 항변을 상당수의 개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것은 서로 서로에게 무지할 뿐 아니라 스스로 자신에 대해서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남녀간에 일어나는 사랑과 갈등의 근본적 해법이 어려운 것은 그들의 사랑이 사실은 <로맨스>로 포장된 치열한 상호 착취적 관계를 은폐하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남녀는 생물학적으로 서로 상대방의 고귀한 자산을 노리는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도덕이라는 화려한 장신구로 치장한 인간 종은 편리한 <자기기만>이라는 은폐물 뒤에서 자신의 속셈은 숨기고 타인의 의도는 드러내는 <위선>을 일삼는 간특한 존재이다. <강간>은 자연세계에 만연한 짝짓기 방법이다. 그러나 문명세계에서 <강간>은 <살인>에 준하는 범죄로 간주한다. 우리는 본능에 따르는 자연상태 그대로의 존재가 아니라 도덕과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자아를 실현해야 하는 문명사회의 일원이다. 그러나 남자의 <허풍>은 불가피한 진화의 산물이다. 여자를 유혹하기 위한 시도가 경쟁자들에 의해 방해받고 좌절을 당하면서 <허풍>으로 여자를 속일 수밖에 없는 딱한 처지에서 남자는 <허풍>과 <자기기만>이라는 무기를 진화시켜왔다. 따라서 여자는 선천적인 <사기꾼 감별사>로 공진화했다. 여자는 화장이라는 가면을 쓰고 인생이라는 연극에서 자기의 역을 능숙하게 소화하며, 남자가 허풍쟁이에 사기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녀의 조상들은 남자의 속임수에 넘어가는 것이 어떤 결과를 발생시키는지 체험해왔고, 단 한 번의 실수가 어떤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수천 세대에 걸쳐 엄마들은 딸들에게 조신한 처신이 결혼시장에서 평가되는 가치에 대해 은밀히 가르치고, 아빠는 근엄하게 철없는 딸의 가치훼손을 감독한다. 전 세계의 대부분의 문화권에서는 남자를 가벼운 성도착자쯤으로 간주한다. 남자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가임 연령기간 동안 테스토스테론이 넘치는 내적 환경 속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불법 무기 소지자>란 농담은 사실 과녁을 맞힌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본능이나 남자의 욕망은 어떠한 성범죄에도 책임의 조각사유가 되지는 못한다. 성적 에로티시즘은 <금기>와 <위반>의 변주곡에서 절정에 이르지만 <도덕>은 이를 맹렬히 비난하고, <법>은 공동체의 존속을 위한 최소한의 행동제약을 엄하게 명하고 있으니 우리는 <도덕>이라는 슈퍼에고의 내부 검열과 <법>이라는 국가의 강제력을 수용해야 한다. 다만, 안희정씨라는 특수한 사건으로 남녀관계를 일반화하여 남자와 여자가 집단적인 진영논리로 편을 갈라 싸울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인간 종은 복잡하다.

 최정호<최정호 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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