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분권과 문화자치, 전북의 현황과 과제
문화분권과 문화자치, 전북의 현황과 과제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8.08.2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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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30주년 기획] 전북, 사람 중심의 문화를 꽃피우자 <2>
 문화분권과 문화자치의 근본적인 이념과 철학은 국민의 ‘문화권’에서 출발한다. 문화기본법에서 언급하고 있는 자율성, 창조성, 다양성, 평등성 등을 기반에 두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민 개개인이 주체적으로 지역 공동체 문화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이 문화 예술 향유의 대상에서 문화 예술 창조의 주체로 거듭나는 문화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이 스스로 지역 문화와 예술의 주체가 될 때만이 지속적인 지역 문화와 예술이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지역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화분권과 문화자치는 중앙정부 혹은 전문가가 만들어 지역에 넘겨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지역 스스로가 주체적으로 만들어 갈 때 진정한 문화분권과 문화자치가 이뤄진다.

 세계적으로 지역 예술가와 주민, 행정 등의 협력을 통해 지역 고유의 문화와 예술 활성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지난 2013년 기자가 취재차 방문했던 독일 베를린의 ‘쿨투어브라우어라이(Kulturbrauerei)’는 이러한 협치의 사례로 주목된다. 옛 동독의 폐쇄된 맥주공장이 예술가와 건물·토지의 소유주, 행정의 협의를 거쳐 1997년부터 2000년까지 약 5,000만 유로(한화 750억 원 규모)를 투자해 2001년 현재의 문화양조장의 모습으로 재탄생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 곳은 지역민의 문화생활의 질을 높이는 공간인 동시에 지역의 유명 명소로 인식되고 있었다.

 그러나 취재 당시, ‘쿨투어브라우어라이’는 재정적인 문제로 인해 문화예술공간의 비율 유지와 상업시설 확대 등의 문제를 두고 끊임없는 고민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2011년까지만 해도 입주업체의 30%를 문화예술 관련 단체로 한정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었으나, 2013년에는 상업적 업체의 비율을 늘릴 수 밖에 없는 현실을 토로했던 것이다.

 이 같은 문제는 문화분권과 문화자치의 실현을 위한 과제로 매우 중요한 열쇠가 된다. 진정한 문화분권을 위해서는 지역의 재정적인 독립이 무엇보다 절실하게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북의 문화분권, 그 가능성은 몇 퍼센트나 될 수 있을까? 전북의 재정자립도가 수 년째 전국 하위권을 전전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문화분권의 실현이 가능할 수 있을까?

행전안전부 지방재정통합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전북의 2016년 결산 기준 재정자립도는 30.89%에 불과한 형편이다. 이는 전국 지자체의 평균 재정자립도인 55.82%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전북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꼴지였다.

 지자체별 재정자립도의 차이에 따라 국민의 ‘문화권’이 차별받는 것은 당연지사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6년에 발표한 2014년 기준 지역문화실태조사에서도 재정자립도가 높거나 시 단위 지역이 재정자립도가 낮거나 도농통합지역, 농촌지역보다 문화여건이 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간 문화기반이 불균형적인 상황 속에서 정부의 정책 방향에 맞춰 애써 각종 사업들을 추진할 경우 지역 간 경쟁이 심해져 문화적 불균형이 심화될 공산도 크다.

 최근 전북문화관광재단이 지역문화분권 실현을 주제로 연 문화정책포럼에서 장세길 전북연구원 문화관광연구부장도 정부의 ‘문화비전 2030’에서 지역문화진흥의 핵심인 재정문제가 누락이 되어 있음을 지적했다.

 장세길 부장은 “분권의 핵심은 재정의 이양이며 문화자치의 핵심 요소 역시 재정의 확충임에도 재원확충이라는 세부계획에 관계부처와 협의하겠다고 명시되어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지역문화재정의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이 미흡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역의 역할이 강조되는 문화자치라도 문화적 균형발전을 위한 정부의 적절한 개입과 적극적 지원이 중요하며, 지역 간 문화기반의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는 가장 중요한 사안이 문화재정의 확보와 지원이다”고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전북의 경우 문화분권의 추진체계와 역량, 제도 등의 면에 있어서 뒤쳐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주를 중심으로 오랜 기간 각종 문화시설과 사업을 통해 역량을 키워온 문화인력과 기획자, 최근에 유입되고 있는 청년문화기획자까지 추친 체계를 꾸릴 수 있는 인력은 상당하다는게 문화계의 시각이다.

 전북문화관광재단을 비롯해 전주와 익산, 완주의 기초문화재단을 중심으로 문화분권을 위한 다양한 시도와 사업, 네트워크가 구성돼 있는 점도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서재영 전북도 문화정책팀장은 “설립 3년차를 맞은 전북문화관광재단을 비롯해 기초문화재단들이 설립되면서 그동안 행정에서 단발성에 그쳤던 정책과 사업들도 연속성 있게 추진하게 되고, 풀뿌리 문화에 조금 더 다가가고 있지 않을까 보고 있다”면서 “지역문화진흥법에 의한 제1차 지역문화진흥계획이 내년이면 종료를 앞두고 있는데, 정부의 정책 전환에 따라 전북의 비전과 전락, 과제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민관이 공동으로 노력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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