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문화 한 권에 담았다, 김한창 ‘사슴·돌’
몽골문화 한 권에 담았다, 김한창 ‘사슴·돌’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8.08.2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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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작가가 겪거나 보고 들은 사실, 또는 문화적 경험에 대해서 특별한 문학적 장치를 통해 쉽게 풀어낸다면, 독자들은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행선지에 다다른 느낌과 여유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행선지가 쉽게 갈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라면? 그 곳에서 만날 수 있었던 사람들이 일평생을 두고도 만나기 쉽지 않았던 이들이라면? 활자를 통해 마주할 수 있었던 그 경험이 독자의 삶에 날개를 달아줬다면?

 쉽게 접할 수 없었던 공간이나 배경, 시간을 화두로 삼고 있는 소설에 열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몽골 전문가로 알려진 김한창 소설가의 중단편 소설집 ‘사슴·돌(도서출판 바밀리온·2만3,000원)’을 펼친 순간, 팩션으로 펼쳐 낸 서사 문학의 무게감에 압도당할지도 모른다.

 총 6편의 작품으로 구성된 소설집에는 사회주의 몽골에 불어닥친 유목민들의 애환은 물론, 13세기 할하부족과 차하르부족의 300년 전쟁, 몽골역사에 부상한 칭기즈칸의 몽골통일전쟁까지 몽골 특유의 문화를 바탕으로 파생된 이야기를 엮고 있다.

 소설 한 편, 한 편을 읽어내려가자면 마치 주인공의 발자취를 따라 몽골을 배경으로 한 흑백 필름이 사그락, 사그락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느낌이 들고도 남는다.

 이동희 문학평론가는 “아무리 물질문명이 기승을 부리고, 과학기술이 시대를 선도한다 할지라도, 영혼이 없는 물질과 혼을 잃은 인간의 모습을 초라할 뿐이다”며 “작가는 팩션이라는 형식을 통해 역사로부터 상상력 넘치는 자양분을 섭취하고, 이를 풀어 허구를 본질로 하는 서사문학의 세계를 보여줌으로써, 몽골을 통해 현대문명이 지닌 하나의 맹점을 지적한 것을 아닌가 생각한다”고 평했다.

 표제작인 ‘사슴·돌’은 몽골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고대 사슴돌과 암각화를 연구하는 프랑스 여인과 한국 남자의 모험과 뜨거운 사랑을 그리고 있다. 대재난을 몰고오는 몽골의 강력한 한파인 쪼드를 만나 고난의 자연재해를 이겨내는 과정을 그려낸 것은 흥미롭기 이를데 없다.

그런가하면, ‘목요일 처음 핀 꽃’에서는 몽골 현대사에서 겪었던 역사적 질곡이라 할 만한 사건들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이념 분쟁으로 인해 겪었던 무지와 문맹의 아픔을 형상화하고 있는 장면이 가슴을 파고든다.

 이처럼 몽골 13세기부터 21세기까지를 폭넓게 표현한 소설이 탄생할 수 있는데는 지난 8년 동안 몽골의 수도 울란바타르를 거점으로 중국령 내몽골까지 배낭여행으로 유목민 게르에서 유숙하며, 답사하고, 초고를 잡은 작가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 작가 또한 “시야에 들어오는 형상만으로 말할 수 없는 것이 몽골이다. 몽골의 거친 대지를 밟고, 유목민들과 양떼를 몰며 밥을 같이 먹고 잠을 같이 자며, 가슴과 피부로 느끼지 않고서는 몽골의 속살을 만질 수도 없을뿐 아니라, 몽골의 진면목을 깊이 있게 표현할 수 없는 것이 몽골이다”고 말했다.

아직도 할 이야기가 남아있는 것인지, 소설가는 여전히 목마른듯 보였다.

 이미 발표한 장편 소설 ‘솔롱고’에서 구르반사이항 전설의 동굴암각화를 찾지 못하고 끝냈기 때문에 그것을 찾게 되는 여정의 이야기가 또 시작될 것임을 미리 일러두고 있으니 말이다. 두 어깨에 배낭을 메고, 몽골 땅 구르반사이항으로 떠날 채비를 하고 있을 그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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