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가족과 통치 등 5권
[신간] 가족과 통치 등 5권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8.08.2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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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과 통치

 한국 사회에서 인구문제가 국가권력의 근대적 재편과 관련해 부상했음을 역사적으로 실증하는 책이 출간됐다. ‘가족과 통치(창비·1만8,000원)’의 저자는 십수년간에 걸친 연구를 통해 1960~70년대 한국의 가족계획사업이 단지 산아제한이 아니라 자본주의 산업화와 연관된 정상화 및 주체화의 과정이었음을 탁월하게 설파해낸다. 가족과 여성 문제를 역사적 관점에서 다룬 당대사, 젠더 이슈의 심층을 파헤치는 분석서로 우리 사회에 깊이 있는 통찰과 안목을 제공한다.

 

 ▲아흔일곱 번의 봄여름가을겨울 

 ‘아흔일곱 번의 봄여름가을겨울(양철북출판사·1만3,000원)’은 강원도 양양 송천 마을에 사는 이옥남 할머니가 1987년부터 2018년까지 쓴 일기 가운데 151편을 묶어서 펴낸 것이다. 30대 독자들을 중심으로 전 연령에 걸쳐 북펀딩에 참여한 독자들이 응원하고 기다린 책으로 알려져 있다. 어릴 적 글을 배우지 못했던 할머니는 시집살이할 적에 꿈도 못꾸다가 뒤늦게 글쓰기 공부를 시작했다. 참 평범하지만 소박한 일상이 주는 힘은 위대하다. 더구나 자연 속에서 평생을 한결같이 산 한 사람의 기록이 더할 나위 없이 맑고 깊다. 

 

 ▲금융의 모험 

 하버드경영대학원 미히르 데사이 교수가 인문학의 눈으로 금융을 통찰한다. 새책 ‘금융의 모험(부키·1만8,000원)’에서는 수식과 그래프 없이 오직 이야기만으로 금융의 주요 개념들을 이해하는 신선하고 매력적인 지적 향연이 펼쳐진다. 이를테면, 실용주의의 창시자 찰스 퍼스가 금융의 본질을 깨우쳐 주고,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이 리스크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를 알려준다. 성경 속 달란트의 우화가 가치의 창출의 논리를 담아내는가하면, 서사 시인 존 밀턴이 가치 평가를 재해석한다.

 

 ▲페미니즘의 방아쇠를 당기다 

 1963년 미국에서 출간된 베티 프리단의 ‘여성의 신비’는 페미니즘의 불을 지핀 현대의 고전으로 평가된다. 앨빈 토플러가 책의 영향력을 두고 “역사의 방아쇠를 당겼다”고 했을 정도다. 하지만 대부분의 고전이 그렇듯, 이름값만큼 널리 읽히지 않는다. ‘페미니즘의 방아쇠를 당기다(푸른역사·1만7,900원)’는 베티 프리단의 성장 배경과 지적 계보를 정리하고, 책의 내용을 꼼꼼히 분석해 그 의의와 한계, 그리고 파장을 친절하게 정리한다. 20세기 중반 미국 사회사와 여성사를 깊이 이해할 수 있다.

 

 ▲국새와 어보 

 2000년대에 들어, 해외에 불법으로 반출됐던 왕실의 인장들이 여럿 환수됐다. 조선과 대한제국의 국새와 어보를 비롯한 왕실 소장 사인 등이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이 모든 것을 막연히 왕이 썼던 도장 정도로 여긴다. 학계에서도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지 않은 상태에서 관점을 모호하게 만든 경향이 있다. ‘국새와 어보(현암사·2만2,000원)’는 각 인장의 분명한 성격과 사용 사례를 자세히 소개하는 한편, 국새와 어보가 왕권과 왕실에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를 깊이 있게 천착한 책이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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