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이젠 매뉴얼로 대처해야
폭염… 이젠 매뉴얼로 대처해야
  • 최규명
  • 승인 2018.08.2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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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는 여름 시작부터 일찌감치 에어컨을 켜고 살았다. 크게는 전력난이 걱정되지만, 당장 여름이 끝난 뒤 전기세 폭탄을 더 걱정해야 하는 건 어쩔 수 없다. 한 달이 넘도록 지속한 폭염과 열대야에 산 깊고 물소리 좋은 곳에 오두막을 짓고 이 더위를 피해 유유자적하고 싶은 마음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과거 우리 조상이 정자에 모여 시를 읊거나 책을 읽으며 더위를 잊었던 것처럼 여름이 낭만적이고 기다려지던 계절인 때가 있었다. 어린 시절 더운 날씨지만 소나기라도 내리면 발가벗고 마당에 나가 소나기를 맞던 낭만과 열차에 몸을 싣고 통기타 반주에 노래를 부르면서 바다든 산이든 계곡이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떠나던 시절이 있었으나 지금은 여름이 더워도 너무 덥다.

 말복을 지나면서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면서 폭염이 한풀 꺾인 듯하나 한 낮의 무더위는 여전하다. 한반도 내에서 여름 기온이 상대적으로 낮아 피서지로 각광을 받던 강원도 홍천이 지난 1일 41도를 기록하며 더위 신기록을 세웠다. 이날은 40도를 넘기는 곳이 10여 곳이나 될 정도로 찜통더위는 삶을 위협하고 삶의 터전을 붕괴시킨다는 점에서 홍수나 가뭄 못지않은 자연재해다. 전국적인 폭염으로 한반도가 ‘불반도’가 됐다. ‘111년 만의 기록적인 폭염’, ‘사상최악’, ‘유례없는’, ‘역대급’ 등의 수식어만 봐도 무더위가 얼마나 맹위를 떨치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다. “살다 살다 태풍을 기다려 본다.”는 등 한 달여간 지속한 폭염을 해소 시켜줄 효자 태풍을 간절히 바라는 글까지 등장하고 있다. 자칫 엄청난 피해를 몰고 올지도 모를 태풍을 기다릴 정도로 모두 폭염에 지쳐 있다.

  요즘 폭염과 비교가 될 수는 없겠지만, 옛날에도 더위에 관한 기록들이 있다. 경국대전을 보면 해마다 음력 6월에 관리와 병자들에게 얼음교환권을 나눠 줬다는 기록도 있다. 냉장고가 없던 시대에 여름철 얼음이 등장하는 것 또한 신기한 일이다. 석빙고를 만들어 겨울철에 얼음을 보관했다가 여름에 꺼내 썼기에 가능했던 이야기다. 세종 때인 1434년 여름의 기록에도 가난한 백성들이 폭염에 지쳐 죽었다는 기록이 있어 일반 백성에게 여름철 얼음은 그림의 떡이었을 것이다. 이들처럼 현대에도 선풍기 없이 힘겨운 여름을 나고 있거나, 안전사고가 우려될 만큼 오래된 선풍기를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 빈곤층과 용광로에서 일하는 제철소 근로자들이나 화마와 싸우는 소방관들처럼 뜨거운 열기 속에서 고생하는 사람들이 있다. 건설현장 노동자, 집배원이나 택배기사 등 한여름 폭염에 고생하는 근로자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야외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을 위해 열사병 예방 기본 수칙이 마련됐지만, 근로자의 휴식권을 보장하라고 말하는 것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근로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사상 최악의 올해 폭염은 갑작스런 재난이 아니다. 1954~1999년 사이에 10년마다 평균 기온이 0.23도 상승했고, 2001~2010년에는 평균 0.5도가 오르면서 온난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올해는 결국 1994년 대폭염을 넘어섰다. 폭염의 원인으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로 더욱 심한 폭염이 올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필자도 마찬가지지만 일상에선 지구온난화 위험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기후 변화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고, 식량문제를 야기하고, 에너지 자원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예상은 개인들의 삶에는 그리 와 닿지 않는 이야기일 것이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폭염과 가뭄은 분명히 자연 재난이다. 폭염이라는 자연의 심술을 거스를 수 없는 인간이지만 팔짱만 끼고 하늘만 쳐다보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나 하나 이렇게 한다고 변화가 일어날까’라는 생각으로 또는 너무 하찮은 일들인 것 같아서 무시해왔던 캠페인들도 다시 돌아봐야 할 것이다. 일회용 제품 사용 줄이기, 자동차 이용시간 줄이기, 전기·가스·물 사용량 줄이기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작은 것부터라도 다시 실천해보기를 기대한다.

 최규명 LX전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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