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또, “삼례, 다시 봄”
다시 또, “삼례, 다시 봄”
  • 홍현종
  • 승인 2018.08.20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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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강점기 쌀 수탈에 저항하던 농민들의 삶을 판소리로 풀어낸 연극 “삼례, 다시 봄”이 지난 금요일 완주문예회관에서 공연되었다.

 작품의 내용은, 삼례로 대변되는 호남의 곡창지대에 살던 ‘대복’은 일제의 강탈로 부모에게 물려받은 조그만 토지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한다. 한편 주인공 ‘대복’의 깨복쟁이 친구인 ‘판수’가 일본인 대지주 이토우 농장의 마름 ‘가네무라’로 변신하여 ‘대복’과 갈등을 빚는다. ‘대복’의 오랜 고향 친구의 아들인 ‘덕구’와 대복이 딸 ‘순덕’간의 사랑 또한 극 후반부 중요한 이야기로 전개된다.

 우선 이 작품은 지난해 10월 완주문화재단의 기획으로 창작 초연된 작품이며, 완주는 물론 군산과 김제 등 우리 지역의 곡창지에서 관객들을 만났던 작품이다.

 쌀농사를 중심으로 하는 완주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소재로 스토리를 발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력들이 힘을 모아서 소리연극(판소리연극)으로 탄생시켰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며,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지역의 이야기가 재미와 감동을 전해주는 연극으로 만들어졌다.

 작품이 재미있는 가장 큰 이유는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판소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에도 사설과 장단 등이 쉽게 이해할 수 있고, 판소리나 창극을 접해보지 못한 관객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데, 이는 기존의 창극이나 판소리와 비교해보면 쉽게 이유를 알 수 있다.

 기존의 판소리와 창극은 사설(대사)이 어렵고 스토리 자체가 무겁다. 어려운 고사성어의 사용은 물론 권선징악을 기반으로 하는 훈계 위주의 스토리는 결코 지금의 관객들이 원하는 방식은 아닐 것이며, 그것 자체가 한계로 작용해 작품의 지속적인 재공연을 실행하기가 어려워진다. 결국 우수한 작품임에도 단발성 공연으로 끝나버리는 일이 적지 않다.

 반면, 이 작품 ‘삼례, 다시 봄’은 관객들이 이해하기 쉽게 제작되었기에 작년 가을에 이어서 올 가을 다시금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것이며, 추후에도 장소를 바꿔가면서 더 많은 관객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지역의 문화가 경쟁력을 갖고 여러 가지 형태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해볼 수 있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는데, 작품의 초반부 ‘대복’과 ‘판수’ 두 인물이 ‘농민’과 ‘지주’라는 신분의 대표로서, ‘조선’과 ‘일제’라는 권력의 대표로 그 시대의 아픔을 표현하고 있다. 작품의 주제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갈등일 수 있을 것이나 필요 이상의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새로울 것이 없는 스토리를 다소 길게 표현하고 있는 느낌이다. 오히려, 극 후반부 대복의 딸 순덕이 여자로서 겪는 아픔이 더 큰 공감과 분노를 일으키는 원동력이 되는데, 이 부분의 표현이 자세히 전달될 수 있었다면, 더 많은 공감과 감동을 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토지를 빼앗긴 아픔보다 순덕이 겪는 인간적인 아픔이 진정으로 우리 민족이 감내해야만 했던 아픔에 더 가까울 수 있을 것이며, 충분히 더 선명하게 작품의 주제를 전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극중에서는 대복의 노모를 통해 ‘순덕’의 아픔과 ‘판수’의 만행을 “용서”하라는 내용으로 마무리되는데, 이는 결국 충분한 설명 없이 교훈적인 내용으로 서두르면서 끝나버리는 이유가 되고 말았다.

 애당초 야외에서 공연되는 것을 목적으로 기획된 작품이라는 특징을 이해하더라도, 실내 공연장에서 과도하게 전달되는 타악기와 드럼의 소리는 관객들의 집중력을 흩트리는 요소로 작용하였으며, 강약 없는 조명 또한 실내공연의 특수성과 다시 한 번 맞춰볼 필요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러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이야기 소재를 바탕으로 지역의 인력들이 모여서, 단발성이 아닌 지속가능한 작품으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놀라운 사실이며, 배우들의 진정성 있는 연기와 제작진의 열정이 하나가 된다면, 지역의 진정한 문화 경쟁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본다.

 

 글 = 홍현종(JTV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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