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화 선생 역작 ‘여운’이 온다
박동화 선생 역작 ‘여운’이 온다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8.08.20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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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여운'의 한 장면
 이제, 전북 연극을 반석 위에 올려놓은 박동화(1991-1978)의 숨결에 집중할 시간이다.

 (사)동화기념사업회(대표 유영규)가 23일부터 25일까지 창작소극장에서 정통 시대연극 ‘여운(연출 조민철·박동화 작)’을 올리며 지난 시간을 추억한다.

 올해로 발족한지 11년을 맞은 동화기념사업회는 꾸준하게 박동화의 선양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박동화 선생의 서거 40주년을 맞은 올해에는 그 시절과 결코 다르지 않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 삶의 지표가 될 만한 내용의 작품을 선정해 공연한다.

 지난 1962년 작인 ‘여운’은 4.19 혁명기 정권의 하수인인 아버지의 부정한 모습을 지켜본 아들의 고뇌와 희망을 담아내 박동화 선생의 역작으로 손꼽힌다.

 총 3막으로 구성된 작품은 시대를 관통하고 있는 정의의 외침 속에 현재의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제공하고도 남는다.

막이 오르면, 부정한 정부에 대한 국민의 항거가 점점 거세지는 어느 날, 부통령 이철수의 집이 보인다.

 이철수의 아들 관훈과 꼽추 진훈은 연극연습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러한 아들의 모습을 본 이철수는 ‘꼭두각시 노릇으로 집안을 망신시킨다’며 연극연습을 막아서고, 관훈은 ‘각하에게 지당하십니다만 외치는 아버지야 말로 꼭두각시’라고 대꾸하며 주인공들의 갈등이 고조된다.

 꼽추인 진훈은 신화묵과 오민자의 애정연기에 질투심이 끓어올라 어머니 홍매리에게 오민자와 결혼시켜달라고 애걸하다 잘못된 판단으로 오민자에게 수치심만 안겨주게 된다. 결국 사랑하는 사람에게 모욕을 받게되며 충격에 휩싸인 진훈은 ‘꼽추들과 살겠다’며 집을 나가고 만다.

 한편, 이철수의 집에 신문배달을 하다가 하녀인 서금복과 몰래 사랑을 하고 있는 대학생 박인식은 혁명이 다가옴을 직감한다.

 그렇게 정권의 하수인으로 살았던 이철수는 자신의 집 앞까지 몰려온 항쟁의 소리에 절망하고, 피신하게 된다. 관훈은 자신이 계획했던 연극이 현실이 되어가는 상황을 바라보며 묘한 감정을 갖게된다.

 이처럼 작품 속에는 그 시절, 젊은이들의 초상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혁명의 불씨가 불씨는 번져가고, 정권을 유지하려는 세력은 계엄령을 내리는 삼엄한 공기가 무대를 휘감는다.

 조민철 연출가는 “작품 속에는 각자 다른 처지에서 당시를 애써 버티고 견뎌내는 젊은이들의 고뇌가 있다”며 “작품 속의 여러 군상은 현대 연극에 비해 너무나 뚜렷한 캐릭터를 가져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어쩌면 작가 본인을 극중 인물에 대입해 자책하고 스스로를 힐난하는 당대 지식인들의 통렬한 자기반성을 보게도 한다”고 해석했다.

 유영규 대표는 “박동화 선생님은 척박한 불모지였던 전북 땅에 연극 예술의 뿌리를 내린 분으로, 지금은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건너편에 대한민국 연극인 동상 1호의 모습으로 우리 곁에 가까이 계신다”면서 “아직도 ‘열채, 백채의 집 보다 나에게는 이 무대가 소중하다’며 해맑게 웃는 모습이 그려진다”고 회고했다.

 공연은 평일은 오후 7시 30분, 토요일은 오후 3시에 만날 수 있다. 티켓은 1만 5,000원이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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