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논쟁은 반가운 일
노선논쟁은 반가운 일
  • 정동영
  • 승인 2018.08.1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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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대표로 일한 지 열흘이 지났다. 첫날부터 현장으로 갔다. 한진중공업, 쌍용차, 궁중족발집, 염소농가 시위장으로 갔다. 줄곧 ‘희망버스’를 떠올렸다. 2009년 용산의 망루, 2011년 타워크레인은 내게 정치적 전환점이었다. ‘사건’이었고 정치적 소명에 대한 ‘회심’이었다. 그 한마음으로 현장으로 갔다.

 당 일부에서 이런 행보를 두고 ‘좌클릭’을 우려한다. 노선논쟁의 기미다. 살아있는 정당이라면, 응당 논쟁하며 길을 물어야 한다. 하물며 존재감 없던 우리당이 주목받을 더할 나위 없는 기회니 만시지탄이기도 하다. 우리는 누구의 편에 설 것인가? 이 대전제를 안고 노선논쟁에 기꺼이 임할 것이다. 아울러 하늘이 내린 좋은 때라 하더라도, 난공불락 요새를 차지했다 하더라도, 한마음으로 화합한 조직을 이길 순 없다는 천시불여지리 지리불여인화(天時不如地理, 地理不如人和)의 가르침도 잊지 않을 것이다.

 다만, 해묵은 이념 논쟁은 피해야 한다. 민생에 좌우는 없다. 아래로, 삶의 현장으로 가야 한다. ‘왼쪽이 아니라 아래로’가 답이다. 머리가 아닌 발이 만나는 현실에 집중해야 한다. 노선논쟁은 그동안 삶의 현장과 유리되었던 여의도 정치의 대전환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혹자는, “민주당과 정의당의 사이”에서 개혁을 주도하겠다는 내게 그곳은 협곡이니 피하라고 권한다. 깃들 곳은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사이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공학 대신 민생의 바다, 민심이 출렁이는 곳을 바라봐야 한다. 정치지형의 빈틈에 젖과 꿀이 흐른다 해도 개혁의 길로 가야 한다. 지난했던 민주, 개혁, 평화의 선도적 역사를 계승하고 있는 우리당의 전통과 오랜 신념을 따라야 한다. 개혁과 평화와 평등의 길에서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신념의 정치가 필요하다. 정당은 기업이 아니다. 경쟁이 없는 해볼 만한 틈새시장을 찾는 것과는 다르다. 가치와 신념으로 도전하고 복무해야 한다. 개혁경쟁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 그것이 국민이 바라는 정치다. 힘없고 돈 없는 사람들을 위한 정치, 바로 우리의 신념이다. 우리당 강령이 선언하고 있는 민주개혁 민생 평화 평등이 우리가 추구할 가치다.

 한편에서는 또 김대중 대통령의 중도개혁 노선을 따라야 한다고 주문한다. 우선 김대중 노선이 중도개혁으로 한정될 수 있는지가 의문이다. 그리고 한걸음 더 진일보해야 한다. 그것이 진짜 계승이다. ‘중도’는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고통 앞에서, 불평등이 구조화된 현실에서 무력하다. 중도라는 이념적 틀이 민생해결을 위한 가장 치열하고 본질적인 우리들의 노력에 걸림돌이 되지 않아야 한다.

 삶의 조건을 개선하는 것이 진보이고 개혁이다. 우리의 길은 국민의 삶 조건을 개선하는 민생중심 정치노선이다. 사회경제적 약자를 우선하고 불평등을 해결하는 진보적 문제해결 노선이다. 나는 이를 ‘진보적 민생주의’라 칭한다. 당연하게도 이 노선은 현장에서 최선의 해법을 만들 수 있다. 현장에 충실하기만 하면 이념적 수사 없이도 개혁과 진보는 가능하다.

 민주평화당은 자영업자,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동자, 일하고 싶어 하는 청년들을 위해 복무할 것이다. 백년가게 특별법 제정, 소수와 약자들의 정치적 진출을 보장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도 개혁, 경제민주화 제도화, 갑질과 싸우는 것이 당장 눈앞의 할 일이다.

 모두에게 최선의 삶의 조건이 보장되는 삶의 평화가 넘치는 나라, 평등이 일상이 되는 나라를 위해, 우리는 더 많이 고뇌하고 성찰할 것이다. 민주평화당의 도전은 현장에서 시작되고 마침내 현장에서 결실을 맺을 것이다.

 정동영<민주평화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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