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진 그림 기행책 ‘평화의 소녀상을 그리다’
김세진 그림 기행책 ‘평화의 소녀상을 그리다’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8.08.15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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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 사람들의 걱정이요? 물론 있었지요.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요? 물론 들었지요. 하지만 소녀상 자체의 그 울림을 전해야한다고 생각했어요. 이 책으로 12.28한일합의 폐기와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이끌어 내 일본군 성 노예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었으면 해요.”

 전주 출생의 김세진 작가가 우리나라 75곳 평화비를 찾아 떠난 그림 기행책이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8월 14일)에 출간돼 눈길을 끌고 있다.

 새 책 ‘평화의 소녀상을 그리다(보리)’에는 지난해 5월 15일부터 104일 동안 전국의 소녀상을 찾아다니면서 밤에는 소녀상 옆에서 노숙을 하고, 낮에는 그림을 그린 김씨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삼복더위에 쓰러질 뻔 한 적도 있었다. 도대체 무엇이 그의 발걸음을 이끌었던 것일까?

 김씨의 마음 속에 평화의 소녀상이 들어오게 된 것은 어느 추웠던 겨울날로 기억된다. 호주로 2년 동안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오고 귀국한 2015년 11월께 천안의 한 거리에서 국정교과서 문제를 가지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한 청년의 모습을 본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그냥 지나칠 수도 있던 풍경이었건만, 그의 마음속에는 갑자기 부끄러움이라는 것이 물밀듯이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추운 날 홀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청년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동안 나는 이 사회의 부조리나 문제점에 대해서 말로만 풀었지, 행동으로 보여줬던 일은 없었구나 하는 점을 깨닫게 됐죠. 더 늦기 전에 나부터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대학생들이 12.28한일합의 파기와 일본군 성 노예제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행동하고 소녀상 지킴이를 자처하고 있는 모습은 그의 가슴이 불을 지폈고, 뛰어들게 만들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뚜벅뚜벅 걸어서 전국의 소녀상을 만나고, 그렸다. 지금은 75점 그림을 가지고 전국을 다니며 전시회를 열어 사람들에게 일본군 성 노예제 문제를 알리고 있다.

“부천의 안중근공원에 있던 소녀상은 가장 인상 깊었던 소녀상이에요. 정면에서 바라보면, 소녀상의 뒷모습밖에 그릴 수 없었죠. 소녀상이 어떤 얼굴인지, 표정인지 궁금해 앞모습을 보려고 갔더니 제 얼굴이 비치는 동판거울과 마주하게 됐어요. 결국 이 문제가 남의 문제가 아닌, 바로 거울에 비친 우리들의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됐죠.”

 그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문민정부 시절에 철부지 소년으로 자라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에서 십 대를 보내고 이명박근혜로 이십 대를 보낸, 삼십 대 만화가 지망생이라고 말이다. 열혈 활동가로 보이겠지만, 사실은 게임을 좋아하고 놀기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덧붙인다.

 그러나 그의 다음 목표를 듣고보니, 거짓말임을 단박에 알게 됐다. 우선, 그의 차기 작품은 영화 ‘카트’나 만화 ‘송곳’처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될 것이란다. 가깝게는 기회를 만들어 외국에 있는 소녀상도 그려 남겨진 페이지를 채워넣고, 먼 훗날에는 인권교육만화를 그리는 작가로 성장한 모습을 꿈꾸고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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