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아인슈타인 선언에서 안전띠 착용의 중요성을 보다
러셀-아인슈타인 선언에서 안전띠 착용의 중요성을 보다
  • 김성준
  • 승인 2018.08.13 17: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백만년 동안 절대적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인류는 기계화로 시작된 1차 산업혁명부터 지금의 4차 산업혁명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전기를 맞이하게 된다. 이러한 문명의 발전은 인류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데 고작 200년 밖에 걸리지 않았을 만큼 거대한 변혁이었고, 과학기술은 인류를 배고픔으로부터 구원한 완벽한 구세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과학기술의 오용과 남용이 오히려 행복한 삶을 위협할 수 있다는 역설적인 사실을 목격해왔다. 러셀-아인슈타인 선언은 과학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1955년 7월 9일, 런던 칵스턴 홀에서 버트런드 러셀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핵무기 폐기와 과학기술의 평화적 이용을 호소하는 선언문을 발표한다. “향후 세계대전이 일어날 경우 틀림없이 핵무기전쟁이 될 것이며, 인류의 생존은 위협받을 것으로 전제한 후 세계의 모든 정부는 자국의 목적을 위해 세계대전을 일으켜서는 안된다는 점을 자각하고, 모든 분쟁의 해결 방안으로서 평화적 방법을 강구하자”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세계 2차 대전을 종식시킬 목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했지만, 핵무기 사용이 가져온 참혹한 피해와 이후의 군비경쟁을 보며 뒤늦게 후회했던 것이다. 이처럼 과학이 본래의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았을 때 가져다주는 피해를 생각한다면, 상호간의 약속과 윤리의식은 과학기술 사용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자동차는 우리가 가장 밀접하게 누리는 문명적 혜택이며, 자동차 역시도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SS) 통계에 의하면 2017년 한 해 우리나라에서 216,335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322,829명이 부상당했고, 4,185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OECD국가 중 최하위권이며, 교통사고로 인해 한 해 2조 4천억 원의 사회 및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교통사고는 핵무기만큼이나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는 존재이지만 우리는 자동차를 핵무기만큼 부정적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핵무기는 국가 간의 이익이 복잡하게 얽힌 협정을 통해서 억제할 수 있지만, 교통사고는 작은 약속을 실천하는 노력만으로도 그 위험성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안전벨트 착용은 자동차에 탑승할 때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인 만큼 가장 기본적인 약속이다. 오는 9월 28일부터 시행되는 전도로 전좌석 안전띠 착용 의무화의 의미를 생각해보고 그 중요성을 되새김질할 필요가 있다. 일부 운전자 중에는 단지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안전벨트를 매지 않고 심지어 안전벨트 경고음 클립을 구매해 벨트 대신 끼워 넣기도 한다. 하지만, 뒷좌석에서 안전띠를 착용하는 행위는 자신은 물론이고 운전자와 다른 동승자의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책임이자 약속이다. 운전자가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을 경우 사망 및 중상자 발생 위험이 2.9배 증가하지만, 뒷좌석을 포함한 동승자의 경우 3.4배 더 높아진다. 특히, 뒷좌석 동승자의 경우 앞좌석 탑승자와의 충격 등으로 인해 머리 부위에 중상 가능성이 3배 이상 높게 나타나 그 위험성이 가중된다. 이처럼 안전띠 착용은 안전운전을 위한 기본이며, 아무리 반복해서 강조하더라도 지나치지 않다.

  1980년 고속도로에서 전좌석 안전띠 착용이 의무화 된지도 28년이 흘렀다. 우리나라의 경우 운전자 안전띠 착용률은 94%로 OECD국가와 비슷한 인식수준을 보이지만, 뒷좌석 안전띠 착용률은 OECD국가의 1/3에 해당하는 30%로 여전히 심각한 안전 불감증에 빠져있다. 이제는 일반도로에서도 안전띠를 매지 않으면 범칙금 3만원을 내야하고, 동승자가 13세 미만이면 범칙금이 6만원으로 높아진다. 택시나 버스도 예외는 아니다. 승객이 착용하지 않더라도 운전자에게 20만원 이하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우리가 누리는 문명적 혜택에는 반드시 책임의식이 동반되어야 한다. 매일 이용하는 자동차를 너무나도 당연한 것으로 여겨 가장 기본이 되는 안전띠를 미착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행동의 결과가 몇 번은 괜찮을지 몰라도 결국 참혹한 사고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안전띠는 자신을 위한 안전장치가 아닌 타인의 생명을 보호하는 약속으로 인식되어야할 때가 온 것이다.

 김성준<도로교통공단 전북지부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