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기대하며!
근로시간 단축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기대하며!
  • 윤진식
  • 승인 2018.08.13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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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있는 삶’은 결국 노사가 함께 만들어가는 기업경쟁력의 극대화에 답이 있다.
 근로시간 단축제도가 시행되고 이제 두 달이 되어간다. 정부는 근로시간단축이 고용창출과 국민의 삶의 질을 고양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될 것이라고 확신하며 많은 논란이 있었음에도 결국 주당 최대 52시간 근로제를 시행하였다. 사실 주당 최대 근로 68시간은 살인적인 과로시간임은 분명하다. 쉽게 적용해보면 평일 5일간 11시간씩 근로를 하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정상 근무를 한다는 것으로 보면 일반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무리한 노동시간일 것이다. 이런 날들이 반복되면 한 개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가정과 사회도 점점 병들어 갈 수밖에 없을 것임은 자명하다.

 이러한 근로시간 단축제도는 현재 공공기관과 근로자 300인 이상의 비교적 규모가 큰 업체만 우선 적용이 되고 있기 때문에 전라북도는 당초 우려와 달리 현실적으로 체감하는 바가 그리 크지 않고 사회적 파장도 아직은 심각한 편이 아닌 것 같다. 전라북도에는 근로자 300인 이상 제조업체가 29곳에 불과하고 이중 대부분이 대기업이고 불과 2곳만 중소기업인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하여 주52시간제 시행에 대한 사회적 파장이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근로시간 단축제도 여파가 현실화되는 시기는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체에 적용되는 2020년 1월부터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전라북도 내 중견 사업체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근로시간 단축제도는 점진적이기는 하지만 적용이 되었고, 당초 의도한 바와 같이 이러한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삶의 질 향상과 고용창출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잡을 수 있느냐의 과제가 우리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임금 삭감이 없는 근로시간 단축제도가 사실 최상의 모범답안이지만 기업의 실상은 그리 쉽게 볼 수 없는 한계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렵다고 보는 것이 당연하고 정부에서 임금 손실분을 보전해주는 것도 역시 미봉책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고용창출에 대한 현장의 반응은 이런 기대와는 약간의 거리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고용창출효과와 관련하여 살펴보면 당초 정부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하여 주52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시간이 647만 5천 시간이고 이를 보전하기 위하여 약 12만 5천명에서 16만명의 신규고용이 창출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였다. 그러나 현장은 의도하는 바와 다른 움직임을 보이는 것 같다. 즉 정규직을 채용하는 것보다는 시간제나 기간제 근로자, 즉 비정규직의 증가 쪽으로 방향이 설정된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근로시간 단축으로 추가적인 고용수요가 발생하여도 직접적인 인건비 부담도 우려스럽지만, 부대 고정비용도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즉 사회보험료, 기타 각종 공과금, 퇴직금 적립 비용 등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한 방향으로는 기업들은 비용상승 효과가 너무 커서 아예 생산량을 줄이고 외형을 축소하는 전략을 채택할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는 것 같다. 결국 부가가치가 높고 생산량의 유지가 필수적인 기업들을 제외하고는 신규고용창출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아직 어렵다고 보는 것이 현장의 반응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근로시간 단축이 삶의 질 향상, 즉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을 기대하지만, 현실적으로 임금감소문제로 연결되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입장도 고민스러운 게 현실이다. 정부 조사자료를 보면 전체 근로자중 주52시간 초과 근로자의 비율이 약 11.8%인 95만 5,000명이고, 연장 근로시간제한으로 인한 월 임금 감소액은 평균 37만 7,000원인 것으로 추정하였다. 규모가 영세할수록 임금감소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최악의 경우 고용은 늘지 않고 근로시간 관리 등으로 인한 노동강도가 더욱 강화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 근로시간 단축의 기본 취지가 왜곡될 가능성 역시 상존한다.

 결국 근로시간 단축에 대응한 가장 근본적인 처방은 단위시간당 생산성을 높여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길 밖에 없는데 현재 우리나라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OECD 34개국 중 28위이고 OECD 평균의 65%에 불과하다.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은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없는 과제이기에 우선 노사가 상생의 분위기를 정립하여 생산성과 수익성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함께 추진하는 것이 제1의 과제로 삼는 길밖에 다른 대안이 없을 것 같다. 근로시간을 단축하여 근로자와 그 가족에게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할 수 있게 하는 길은 결국 기업의 경쟁력에 달렸고, 그 경쟁력은 기업과 그 구성원들이 만들어가는 노사 공동의 몫이기 때문이다.

  윤진식<(사)대한노사발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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