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공모전
이상한(?) 공모전
  • 박인선
  • 승인 2018.08.10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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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선 作‘가족으로 살아가기’
 올 여름 더위는 기상 관측 이래 100년만의 혹독한 여름 더위라고 한다. 도시가 불덩어리다. 도시의 열섬 현상은 난개발이 만든 재앙이다. 자업자득이란 말이 설득력을 갖게 한다. 동해안 수온이 1도 상승해 명태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뉴스를 접하니 기후 변화의 심각성과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면서 폐기물을 활용하여 작품을 만드는 필자에게 올 여름의 혹독한 더위가 남다르게 느껴진다.

 고물상의 폐철더미에서 쏟아지는 복사열이 따갑다. 매년 혹서기에 열리는 ‘대한민국환경사랑공모전’ 준비가 한창일때다.

 환경을 주제로 한 공모전 때문일까. 공모 전 공지 후 5개월 동안 1차 심사, 표절 심사, 2차 심사, 수상작 발표 과정을 거쳐 10월에 시상식을 하면서 막을 내린다.

 봄, 여름, 가을 세 절기를 거치게 되는데, 여름 더위가 절정일 무렵인 7월말쯤 출품이 마감된다.

 사진과 지면 광고, 정크 아트 분야를 통해 지난해에도 3천여명이 참여할 정도로 열기가 후끈하다.

 “내년에는 그만해야지.”라고 하지만, 해가 지나고 나면 다시 새로운 희망을 꿈꾼다. 그러기를 5년이다. 고뇌가 서려있는 열정은 작품으로 탄생된다. 해마다 크고작은 공모전들이 열린다. 작가의 등용문이면서 작업의 기회를 만드는 모멘텀이 공모전을 통해 발현된다. 작가들에게는 디딤돌이기도 한다.

 그러나 공모전들이 많다 보니 수상작에 대한 뒷말들 또한 무성하다. 지연과 학연 등 친소 관계가 심사에 작용하여 불필요한 잡음을 만들어 낸다. 취업 문제에서 아버지가 딸의 면접관으로 참여하여 사회적 관심을 갖는 문제라든지, 정치인이 취업 알선 문제로 사회적 지탄을 받는 것처럼 공모전에서도 수상 작품 선정에 대한 문제들이 공모전의 위상을 저해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필자는 ‘2014 대한민국환경사랑공모전’에 출품을 하여 정크 아트 부분 대상과 은상을 동시에 받게 되었다. 공기관이 주최한 공모전에서 두 개의 상을 한 작가에게 주는 일은 흔치가 않다. 물론 한 작가가 세 작품까지 출품을 할 수가 있다. 상을 받는 입장에서는 감사한 일이지만 이상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요즘처럼 인터넷상의 의사소통이 일반화된 상황에서는 댓글 소동이 일어날 일이다. 가짜뉴스가 진짜뉴스처럼 퍼지기도 하고 익명을 이용한 근거없는 소문들로 상처받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수상자 발표가 나왔지만 논란이 될만한데도 조용했다. 수상자에게 수백만원의 상금을 주고 작품은 1년 동안 전국을 순회하면서 공공전시를 하게된다. 작가에게는 행운이다. 우연한 기회에 공모전 심사과정을 알 수가 있었다. 심사위원 간 완전한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블라인드 심사를 택한데서 답을 찾을 수가 있었다.

 결국 참여자로 하여금 심사의 공정성을 인정할 수 있게 잘 만든 매뉴얼이 공모전의 성공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정한 심사는 공모전의 위상과 수상자에게는 자긍심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공모전이 사회적 순기능으로 자리 잡고 공정성을 담보한다면 블랙리스트와 같은 불합리한 병폐를 제거하고 우리 스스로 자정 능력을 갖추는 계기가 될 것이다.

 /글=박인선(정크 아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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