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필요성 여부가 SOC투자의 기준이 돼야
국민필요성 여부가 SOC투자의 기준이 돼야
  • 윤석
  • 승인 2018.08.0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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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휴가를 다녀오자마자 ‘생활 SOC’에 과감히 투자하라고 주문했다. 지난 6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다. 대통령은 덧붙였다. SOC투자는 사람에 대한 투자라고.

 생활 SOC, 생소한 조어(造語)다. 공공의료원, 도서관, 체육시설, 공연시설, 기숙사 등을 말한다. 의문 하나. 왜 SOC앞에 굳이 ‘생활’이라는 접두어를 붙였을까. 고속도로든 공연장이든 간에 모든 SOC는 국민 생활과 직접관련 있는데. 의문 둘. SOC투자가 사람에 대한 투자가 아니었던 적이 있던가. 사람이 모여야 사회가 되고, 사회가 제대로 작동하는 데 필요한 시설이 바로 사회기반시설인 데 말이다. 역전 앞, 검은 까마귀 같은 동어반복이 일어나는 이유는 두 가지다. 문법을 모르거나, 매우 강조하고 싶거나. 이번 대통령의 말은 후자다.

 대통령이 강조하고 싶었던 건 간단하다. ‘생활 SOC투자’는 예전 방식의 ‘대규모 건설투자’와 다르다는 것. 출범 이후 정부는 대규모 토목공사는 멀리하겠다고 선을 그어왔다. 적폐로 규정한 지난 정권과 차별을 둬야 하는 이유도 있었고, 진보정권의 아젠다와 토목공사는 맞지 않는 면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설은 일자리 창출과 경기부양 효과가 검증된 영역이다. 현 정부 경제정책은 현재 위기에 빠졌다. 그러나 건설투자를 늘리지 않고 실업률 해소와 경제활력을 불어넣겠다고 처음부터 선언을 해버린 것이다.

 자승자박이다. 경제상황이 계속 안 좋아지니 국무위원들 사이에서도 SOC투자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한다. 그렇다고 그동안 금기시됐던 대규모 토목사업을 하자고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생활 SOC라는 동어반복적 용어가 만들어진 배경이다. 경제를 위해 SOC투자를 하겠지만, 어쨌든 대규모 토목공사는 아니라는 논리. 안쓰럽다.

 대통령 공약이던 도시재생뉴딜도 비슷한 맥락이다. 매년 10조원씩 5년간 공적재원을 들여 소규모 정비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50조원과 소규모 정비사업, 뭔가 안 맞는다. 200억이 투입된 서울시 도시재생사업 1호 창신·숭인지구 주민들 사이에서는 “그 큰돈을 다 어디에 썼느냐”, “큰돈 들여 벽화칠 하는 건 기반시설이 열악한 곳에 사는 주민들에게 도움이 안 된다”라는 주민불만도 나왔다고 한다.

 SOC 투자는 선악의 관점에서 바라봐서는 안 되는 분야다. SOC투자 확대를 악으로 규정한 이상, 현 정부는 건설을 통한 경기부양책이나 일자리 창출을 시도할 때마다 자기모순에 시달려야 한다. 게다가 대통령의 비전에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던 정권 초기와 상황도 많이 달라졌다. 집권 2년차 현재 일자리문제는 여전히 심각하고, 중산층 살림살이는 점점 퍽퍽해졌다. 대통령 지지율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역대 최저치인 55.9%(8월 둘째주 기준)다. 경제관련 불안감이 주요지지층에 영향을 줬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경제를 살리려면 뭐든 해야 하는 상황이다.

 공연장을 지으면 생활 SOC니 좋고, 도로를 깔면 대규모 SOC니 싫다고 하는 국민은 없다. 집권여당 소속 이재명 경기도지사직 인수위원회 접수된 민원 74%가 도로 교통 인프라 확대였다고 한다. 좋은 SOC와 나쁜 SOC는 없다. 필요한 SOC와 불필요한 SOC가 있을 뿐이다.

 윤석<삼부종합건설 기조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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