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와 공동체 의식
학교와 공동체 의식
  • 국방호
  • 승인 2018.08.08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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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대한민국의 최고의 교사다!” “영생고에서 교사의 꿈을 이루자!” 이는 이 밖의 몇 개의 문구와 더불어 매주 실시하는 직원회의를 끝내며 교장의 선창으로 외치는 구호다. 처음에는 조금 유치한 발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몇 차례 진행하니 심각한 말로 밋밋하게 끝나는 것보다 예상보다 기분이 밝아지고 직원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조직이 원활하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구성의 단합이 우선이다. ‘교육’이라는 추상적인 목표를 실현하는 데에는 모든 교직원이 마치 자동차의 부속품처럼 각기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유기적으로 연계되어야 한다. 따라서 관리자는 평소 각자가 맡은 바 업무를 잘 수행하는지 점검하고 자주 격려하는 세심함이 필요하다. 매주 금요일 1교시에 갖는 간부회의의 주된 역할 중의 하나다.

  조직의 단합을 위해 정기고사 기간이면 전 직원과 부서, 학과, 학년별로 모임을 갖는다. 특히 한 학기가 마무리될 때는 전 직원을 상대로 워크숍을 갖는데 이번에는 선진학교 방문을 포함하여 1박2일 강릉일대로 문화체험을 결정했다. 거리와 근무 때문에 참관하지 못한 겨울올림픽 평창을 비롯하여 대관령의 목장과 경포대, 오대산 월정사로 다소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자리가 바뀔 때마다 선생님들과 만났다. 학교를 지키느라 참석하지 못한 행정실장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직원들이 참석해 얘기할 기회가 많았다. “한 학기 동안 가장 뜻깊은 일이 있다면?” “저는 선생님들이 저희 행정실 직원들도 모두 선생님이라고 불러주는 것이었어요.” 학기 초 직원회의에서 실무사를 비롯하여 모든 직원을 ‘선생님’이라고 부르기로 약속한 바가 있다. 속으로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그렇게 듣고 싶었다니...

  마침 3학년 담임을 한 사람 만났다. “일정 강습 때문에 고민이 많았죠?” 동기들보다 연수기회를 한 해 놓쳐 올해는 꼭 받을 필요가 있으나 3학년 담임이라 망설이다가 교장실을 찾은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오래 남은 교직에서 호봉의 불이익을 봐야 하고 동기들보다 뒤처지면 항시 마음의 부담으로 남을 수 있으니 가야겠다는 것이었다. 허락해주었다. 교사 개인이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되죠.

  최근 그 교사가 다시 찾아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여름방학 동안 학생들 상담을 해주어야 하니 ‘연수포기서’를 내야겠어요. 결재해주세요.” “선생님이 재정적으로 손해보신만큼 제자들이 성공하여 보답할거요!” 그 순간 많은 토론 끝에 교원대 대학원을 연기한 교사도 생각난다. “2년간 학교를 쉬고 대학원에 진학하고 돌아와 더 열심히 가르치겠다.”고 주장한 교사와도 같은 식으로 결론이 났다.

  저녁식사 후에도 몇 차례 소모임에 참석했다. 행정계장이 옆에 앉았다. 5월에 광주로 ‘청렴기관 표창‘에 함께 다녀온 얘기를 했다. 전남·북 제주 지역 학교에서 구매 및 공사를 시행할 때 투명한 행정집행을 한 기관으로 표창을 한다는 것이다. 마침 수상기관 대표로 한 마디 하라고 해서 “교육기관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하는 것은 기본이 아닙니까? 왜 상을 받는지 모르겠어요.” 했다가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낸 것도 떠올랐다.

  한 동안 독서동아리의 연구과제로 ‘배움의 공동체’를 정해 많은 토론을 했고 일본 현지까지 답사한 적이 있다. 그처럼 학교는 ‘교육’이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온 구성원이 함께 뛰는 공동체이다. 맞다. 교직원은 함께 공동목표를 정하고 성과를 공유하는 가족이다. 그러나 목표가 구호로만 그치면서 다그치기만 해서는 안 된다. 교원양성기관평가 차 간 성공회대 고 신윤복교수는 ‘동행’이란 “비가 올 때 우산을 받쳐주는 것이 아니라, 비를 함께 맞는 것이다.”라고 했다.

  2주 남짓 짧은 방학인데도 3학년은 보충과 상담으로 바쁘다. 일부교사들은 학생인솔과 연수로 해외와 연수원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방문한 학교의 교정에 찍은 사진을 보니 모두가 파이팅을 외치며 밝게 웃고 있다. 그 얼굴을 보며 “나는 대한민국의 최고의 교사다‘라는 다짐을 다시 확인한다.

 국방호(전주영생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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