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국악 수도로 가는 길, 판소리 비평이 필요하다.
진정한 국악 수도로 가는 길, 판소리 비평이 필요하다.
  • 홍현종
  • 승인 2018.08.0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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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라북도는 소리의 고장이자 국악의 본향이라고, 우리 스스로 말하고는 한다.

 수많은 소리꾼과 국악인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정기적인 공연은 물론 대규모의 국악 관련 기관이 상주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수많은 국악 관련 예술가들 틈에서 부족한 것, ‘비평’이다.

 얼마 전 전라북도립국악원 주최의 세미나에 참석하였는데, 그곳에서 판소리 연구에 일생을 바치다시피 한 최동현 교수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우리에게 ‘비평’이 부족했다는 사실을…….

 ‘예술작품의 가치를 분석하며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것’을 ‘비평’이라고는 하나, 자신의 작품이나 예술에 대한 비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풍토 속에서, 그것도 전통을 기반으로 하는 판소리계에서 비평은 더욱 쉽지 않다.

 ‘비평을 하는 것은 쉬울 테지만, 그럼 네가 직접 한 번 소리를 해봐’라는 속마음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소리꾼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는 한다. 그러나 평론가들의 비평을 현명하게 받아들여서 작품의 개선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면, 이 또한 즐겁지 않겠는가?

 수없이 되풀이해서 수련한 자신의 소리에 대한 자신감과 자기애는 객관적인 시각을 상실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며, 그러한 결과를 한 걸음 떨어져서 충분한 이해를 가지고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바로 평론가이기 때문이다.

 국문학을 전공한 최 교수는 오랜 세월 지역을 대표하는 판소리 연구가로 활동하였으며, 판소리학회장은 물론 판소리관련 서적 출판과 해설, 평론을 지속적으로 해온 분이다.

 최 교수의 사례를 기반으로 판소리 비평의 특징을 나름대로 분석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판소리 자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공부하지 않으면, 정확히 판단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 판소리는 대중적인 음악 장르이지만, 사설과 장단, 계파 등을 이해하는 것은 판소리를 더 잘 즐기기 위한 선결과제이다.

 둘째, 판소리 특유의 관계성에 대한 일정한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판소리는 입에서 입으로 ‘구전심수’되는 예술장르이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해온 스승과 제자 관계이거나 가족친지를 중심으로 전달되는 친밀함이 우선시되는 예술 특성상 관계자가 비평을 한다는 것이 매우 부담스러울 수 있으며, 그러한 관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여건을 갖고 있어야 한다.

 셋째, 판소리에 대한 애정이다. 다른 무엇보다도 판소리 자체를 좋아하지 않고는 판소리를 비평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정말로 지독한 애정이 필요하다.

 SNS 등에서 객관성이나 전문성이 결여된 가벼운 ‘감상’들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전문적 지식과 이해, 경험을 가지고 작품에 대해 ‘비평’을 해줄 수 있는 평론가의 존재는 그래서 더욱 간절하다. 그러한 면에서 최 교수가 이루어낸 그간의 성과는 충분히 인정받을만하다.

 우리 지역의 젊고 능력 있는 소리꾼이 누구인지 떠올려보기는 쉬우나, 젊은 비평가를 찾고자 한다면, 딱히 생각나는 사람이 없는 것은 나만의 경우일까?

 전라북도가 진정 소리의 고장, 국악의 본향이 되고 싶다면, 예술가들은 물론 그들을 지지하고 견제할 수 있는 평론가들 또한 지속적으로 배출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젊은 소리꾼이 필요한 것처럼 젊은 평론가 또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방범은 무엇일까? 이곳저곳에서 개최되는 국악 관련 대회들에서 ‘비평’의 영역을 추가하면 어떨까? 비평의 영역을 우대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 그래서 젊은 평론가를 발굴, 육성하는 것 또한 국악을 사랑하는 우리들이 해야만 하는 일이기도 하다.

 건강한 ‘비평’이 상존할 때, 판소리가 살아있는 예술로서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며, 진정 소리의 고장, 국악계 최고 강자로 우리 지역이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은 너무나도 확실하기 때문이다.

 

 글 = 홍현종(JTV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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