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을에 달려오는 8월
온고을에 달려오는 8월
  • 정영신
  • 승인 2018.08.03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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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이다. 덥다. 너무 덥다. 1907년 현대적인 기상 관측 이래 서울의 한낮 최고 온도가 111년 만에 40도를 기록했고, 이 더위는 8월 내내 지속할 것이라고 하니, 그래서 그런지 더 덥다.

 여영택의 <8월> 이라는 시에서도 ‘8월은/ 아침부터 놋화로에 참나무 숯불을 담아다 놓고 나간다.//8월은/ 풀 한 포기 없는 뜰에 태양의 충전소를 차리더니/한낮이 다 가도 거두어 갈 줄 모른다.//8월은/ 황혼이 다가와도 살비아에 붙은 불조차 끌 생각을 않는다.//8월은/얼음덩이도 땀을 빼니, 지독히 어려운 문제의 달이다.’라며 버얼건 불덩이가 온누리 곳곳에 나뒹구는 8월을 ‘지독히 어려운 문제의 달’로 노래했다.

 사실 8월의 숫자 ‘8’은 인간사 전체를 상징하거나 운명을 표상한다. 우리 속담에 ‘팔자 도망은 못한다’, ‘팔자는 독 안에 들어가도 못 피한다’라는 말이 있다. 이 ‘팔자(八字)’는 자신이 태어난 연, 월, 일, 시의 사주에 각각 해당하는 간지(干支)를 모두 합해서 일컫는 것인데, 그 팔자는 절대로 피할 수 없는 숙명이 아닌 우리 인간 스스로 만들어낸 운명이다. 그래서 ‘팔자를 고치다’, ‘팔자를 펴다’, ‘팔자가 늘어졌다’라는 말처럼 자신의 노력과 운세에 따라 때로는 바뀔 수도 있다는 희망이 있다.

 또한 숫자 8은 ‘팔등신’, ‘팔방미인’, 여자의 고운 눈썹을 칭하는 ‘팔자미’, ‘팔자춘산(八字春山)’, 팔자청산(八字靑山)처럼 아름다움의 최고 극치인 완벽성을 상징한다. 서정주의 <자화상>에서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8할이 바람이다’에서도 그 8할은 10에 가장 가깝게 채워진 짝수로서 완벽의 의미가 있으며, 박목월의 <적막한 식욕>에서 ‘촌 잔칫날 팔모상에 올라/새 사돈을 대접하던 것’의 ‘팔모상’도 예술적인 완벽성과 더불어 길조의 의미가 있다. 그래서 ‘팔각정’, ‘팔작지붕’이 상서로운 건축물에 등장하며 ‘완산팔경’, ‘전주팔경’처럼 그 고장을 대표하는 명승지도 이 숫자 8로서 전체 또는 길상(吉祥), 수호의 의미를 담아 상징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또 청결과 신성함의 꽃말을 지닌 불가의 꽃 연꽃의 꽃잎도 여덟 개이고, 노아의 방주에서 구출된 자도 여덟 사람이며, 성수를 담는 용기도 팔각이고, 완전한 화음을 이루는 한 옥타브도 8음계이며, 『역경』에서도 8에 8을 곱한 64효로 인간의 다양한 운명과 그 변화의 가능성을 예견해 준다. 이처럼 8은 인생, 운명, 길상(吉祥)과 신성함, 완벽, 전체, 구원, 부활, 새로운 삶, 무한함, 영원을 상징한다.

 8월이다. 연일 불볕더위에 열대야로 서민들의 삶이 고단하다. 7월 마지막 주부터 최고의 휴가철인데도 불구하고 부안 격포, 선유도, 섬진강변, 지리산 계곡, 진안 마이산 계곡, 멀리는 부산 해운대에 해남 땅끝마을 해수욕장 등, 평소 이맘때면 인산인해를 이루던 여름철 명소에 사람이 귀하다. 그로 인해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지역 경제도 적색이다.

 그러나 8월은 ‘얼음덩이도 땀을 뺄’만큼 지독한 문제의 달이기는 하나 오히려 그 작열하는 8월의 태양빛으로 오곡과 과일들이 무르익고, 이열치열이며, 우리 고장 전북이나 전주는 마치 몇 천 년 뒤에 도래할 온고을[全州]의 존재감을 예상하고 준비했던 것처럼, 지명 안의 온전 전(全)이 도청소재지로서 나머지 전북의 둘레 고을들과 온전히 상호 보완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또한 옛 전주부성의 남문인 풍남문이 상서로운 장군봉의 팔각정과 하나가 되어 동서남북에 병풍처럼 둘려진 승암산과 황방산, 남고산과 건지산의 기를 받아 완산팔경인 기린토월(麒麟吐月),한벽청연(寒碧淸煙), 남고모종(南固暮鍾), 동포귀범(東浦歸帆), 다가사후(多佳射侯), 덕진채연(德眞採蓮), 비비락안(飛飛落雁), 위봉폭포(威鳳瀑布)의 달빛과 물안개와 은은한 저녁 종소리와, 한 폭의 산수화 같은 멋스러운 풍류와 연꽃의 설레임과 기러기의 날갯짓과 천길을 날아 쏟아지는 계곡의 폭포물 소리와 어우러져 한옥마을, 한식 전주비빔밥, 경기전 등 조선왕조 500년의 발원지인 역사문화도시로서의 그 위상을 국제적으로 높이고 있다.

 8월이다. 너무 덥다.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연일 핫이슈들이 몰려오며 8월의 태양을 더 땡볕으로 내몰고 있다. 그러나 이 8월, 태고로부터 예언된 온전한 고을, 완벽한 고을, 신성한 고을, 전북 그리고 전주는 이 8월에도 하늘과 땅의 도움으로 더 좋은 일만 저 8월의 태양보다도 더 뜨겁게 거침없이 달려올 것이다.

 정영신<전북소설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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