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쌓여가는 1급 발암물질 석면 폐기물
학교에 쌓여가는 1급 발암물질 석면 폐기물
  • 김혜지 기자
  • 승인 2018.08.0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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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이 시작되면서 전북 지역 각급 학교 석면 제거공사가 한창인 가운데 1급 발암 물질인 석면 폐기물이 학교에 우후죽순 쌓여가고 있다.

석면 폐기물 매립지가 전국적으로 5곳 정도에 불과하다보니 공사를 끝내고도 이를 빠르게 처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내 환경단체 등이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2일 전주시 한 초등학교를 방문한 결과 비닐로 감싼 석면 폐기물이 운동장 옆에 비닐로 덮여진 채 야적돼 있었다. 작업 매뉴얼 상 공사 업체 측은 석면 폐기물을 모두 모아 비닐로 여러겹 싸매기는 했지만 접근 차단 펜스와 위험 지역이라는 푯말을 써붙여놓지 않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담당 장학사들이 이같은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석면 제거 대상 학교 공사에 대한 관리 감독이 부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석면 제거 공사가 진행중인 학교에는 일정 기간 교육을 받은 모니터링 위원이 상주하고는 있지만 해당 분야 전문가는 아니다.

각 교육지원청 담당 장학사들의 철저한 관리 감독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전북도교육청 관계자는 “공사 기간 동안 장학사 1명 당 학교 한 곳을 감독하려면 더 많은 인력이 충원돼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장학사 1명이 보통 5~6개가 넘는 학교를 맡고 있어 매일 상주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지역 주민과 아이들이 1급 발암물질인 석면 폐기물에 노출될 우려가 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도내 한 학부모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시작한 공사인 데 오히려 안전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공사가 끝났다하더라도 어디에 석면 가루가 남아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개학한 뒤가 더 큰 걱정이다”고 우려했다.

이같은 문제가 잇따라 발생한 가장 큰 원인으로는 교육부가 학교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급박하게 사업을 추진한 데 있다.

교육부는 오는 2027년까지 전국 모든 학교들의 석면 제거 공사를 끝내도록 지침을 내렸고, 지역 교육청마다 100억원이 넘는 예산을 내려보내고 있다. 전북에는 올해만 170억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이는 올 한해 여름과 겨울방학에 각각 100여개가 넘는 학교의 공사를 마쳐야 하는 규모의 예산이다. 만일 여름방학에 공사를 진행하지 않으면 겨울방학에만 200여개가 넘는 학교 공사를 몰아서 해야 하기 때문에 미룰 수도 없다는 것이 도교육청의 입장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석면을 빨리 제거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한 곳이라도 안전하게 공사를 마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전북환경운동연합 이정현 사무처장은 “교육청은 교육부 지침만 따를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작업 매뉴얼이 정립된 후에 안전하게 공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협상을 해야 한다”며 “급박하게 공사를 진행하게 되면 오히려 하지 않은 것만 못하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김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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