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 기후변화에 대한 준비 필요
장기적 기후변화에 대한 준비 필요
  • 김현수
  • 승인 2018.08.02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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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막지역에 사는 모든 사람들은 더운 날씨에도 온몸을 옷으로 꽁꽁 감싸고 다닌다. 어린시절 과학적 지식이 없었을 때, 날씨가 더우면 옷을 얇고, 짧게 입는 것이 더위를 이기는 방법일 텐데 왜 그들은 두꺼운 옷으로 온몸을 가리고 살아갈까 의아해 한 적이 있다. 온몸을 가리는 두툼한 옷을 입는 것은 더운 지역에 오래 살았던 사람들의 경험에 의한 결과이다. 굳이 열역학을 공부하지 않은 비과학도라 하더라도 열은 온도가 높은 물체로부터 낮은 물체로 흘러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기온이 체온보다 낮은 경우에는 노출된 피부를 통해 체내의 열이 공기중으로 발산되어 시원한 느낌을 가질 수 있지만, 기온이 체온보다 높은 사막지역에서는 피부를 노출시키면 이를 통해 공기중의 열이 체내로 유입되어 더 덥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사막만큼은 아닐지 모르지만, 올해 우리는 기온이 체온보다 높은 상황을 꽤 오랫동안 경험하고 있다. 실제 기온과 체온 차이가 아주 크지는 않기에 두꺼운 옷으로 온몸을 가려야 할 정도는 아니지만, 우리나라 기온이 그 더운 아프리카와 중동지역과 유사한 상태로 꽤 오래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은 앞으로 다가올 기후변화의 영향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게 한다. 지금까지 더운 여름을 이야기할 때 흔히 거론되던 섭씨 30도는 더 이상 여름철 고온을 제대로 나타내는 수치가 되지 못할지 모른다.

 기후변화는 올해의 기록적인 무더위가 나타나기 전부터 지난 몇십 년간 서서히 우리나라 기온을 증가시켰고,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주변환경의 여러 변화를 초래해왔다. 2~30년 전만 해도 추석때 사과를 사러 가면 거의 모든 사과상자에 대구사과라는 상호가 찍혀있는 것을 볼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대구사과는 찾아볼 수 없고 거의 대구보다 북쪽 지역의 지명이 사과 명산지로 홍보되기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외에도, 높아진 수온으로 우리나라 동해에서 더 이상 명태가 잡히지 않아, 거의 모든 식당에서 러시아산 명태를 판매하는 등 아주 천천히 온도가 증가하는 현상은 우리 주변에서 여러 가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는 언제까지 지속할 것인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현재의 과학기술로 점점 더워지는 날씨가 언제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지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렇기에 이제는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현재의 기후 패턴을 바탕으로, 더워지는 여름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악영향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기후변화 양상이 지속한다고 가정할 때, 앞으로 우리는 봄과 가을은 점차 짧아지고, 여름과 겨울은 길어지며, 여름철 더위와 한겨울 추위는 좀 더 심해지는 형태 날씨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점점 더 길고 더운 여름에 나타날 수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저감 또는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은 먼 미래를 위한 대비가 아니라 당면한 과제라고 말할 수 있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고 우리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체제의 준비가 매우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부분에 대해서 대비가 필요하다. 중앙정부는 매년 여름마다 터져나오는 전력수급 문제와 전기료 폭탄 문제를 완화할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4대강에서 발생하는 조류발생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지방정부의 경우에도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된다. 기후변화가 전 지구적인 현상이기는 하나 시민들이 직접 체감하는 더위를 완화하고, 지역의 환경개선을 위한 노력은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먼저, 모든 도시지역의 개발활동을 전개함에 저영향 개발 (Low Impact Development) 방법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사전에 이루어져야 하고, 집중호우 형태로 내리는 강우를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재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이 외에도, 특히 여름에 문제가 심각해지는 지역 하천 및 호수의 수질관리에 대한 노력 또한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수천년을 이 땅에서 살면서 기후변화가 국민의 삶을 위협할 수 있는 초유의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이미 시작된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의 기민하고 효율적인 대응은 어쩌면 향후 수백년간 우리 국민이 편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계절이 변할 때마다 대증적 처방만 이야기하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다가올 기후변화에 현명하게 대응하는 정부정책의 입안을 기대해본다.

 김현수<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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