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를 모르는 망백(望百)의 붓질, 그 시원함을 만끽하세요!
포기를 모르는 망백(望百)의 붓질, 그 시원함을 만끽하세요!
  • 채지영
  • 승인 2018.08.02 16: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남재 作 남원 산동 雪山(72.7×60.6cm, Oil on canvas, 2012)
 안녕하세요. 무더운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제가 공부했던 북경은 여름마다 40도에 육박하여 여름에는 집과 학교 도서관을 오가며 에어컨이 있는 곳만 찾아다닌 기억이 있어요. 얼마 전 경남 영천시가 40도였다고 하니, 이제 사계절이 자랑스러웠던 우리나라에서도 여름의 뜨거운 기운을 피하기란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 제가 소개해드릴 작품은 박남재 화백의 <남원 산동 雪山(설산)>입니다.

 작품은 본 첫 느낌이 어떠신가요? 시원한 느낌이 드시나요? 조금 멀리서 보게 되면 바다의 시원한 파도가 치는 것 같아 보이는데, 자세히 보게 되면 겨울의 눈 내린 설산입니다.

 ‘한국의 세잔느’로 불리는 박남재 화백은 1929년 순창읍에서 태어나 서울대 미대에 들어갔다가, 6.25가 발발하여 중도에 학업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림을 향한 뜨거운 열정으로, 조선대 미대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원광대 미대 학장까지 지냈습니다.

 박 화백은 국내 서양화단에서 원로작가로 추앙받으며 전북 구상화단의 거목으로 지칭되고 있습니다. 예술가로서 최고의 명예인 ‘대한민국 예술원상(2013)을 받았으며, 대한민국 미술대전 운영위원, 심사위원장을 역임하셨습니다. 대담한 원색의 붓질로 직관한 자연과의 묵시적 교감을 통해 독창적인 색감과 과감한 표현력으로 그 생명력을 창조하고 있습니다.

 다시 작품을 살펴보겠습니다. 설산의 모습은 단순히 실체를 표현한 것만은 아니라, 설경 속에 숨겨진 자연의 진수와 생명력을 찾아내기 위해 외형적 실상과 표피적 표현이 아닌, 작품을 수십 번씩 뭉개고 지운 흔적이 두껍게 남아있습니다. 그것은 아마 구상적인 풍경 속에 작가의 영혼이 숨 쉬고 있는 진실을 전달하며, 리얼리티를 접근하기 위한 장황한 설명보다는 작품을 향한 끈질긴 조형의 신념이 아닐까요? 작품의 푸른빛은 단순한 오일페인팅이 아닌 한국의 빛깔을 찾기 위한 청아한 푸르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올해 90세를 바라보는 박 화백은 지금도 매일 오전 8시면 작업실을 출근하여 그림을 그린다고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전북화단의 큰 어르신인 박남재 화백님이 오래오래 건강하게 그림을 그리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무엇인가 쉽게 포기하고 싶은 젊은이들에게 오래도록 귀감이 되셨으면 합니다. 여름의 중턱에서 독자 여러분들께 작품을 통해 시원함과 열정을 동시에 선물하고 싶습니다.

 

 / 글 = 채지영 교동미술관 학예사

  작품 = 박남재 作 남원 산동 雪山(72.7×60.6cm, Oil on canvas, 2012)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