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더위
불볕더위
  • 이상윤 논설위원
  • 승인 2018.07.31 16: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쇠가 나타나면 가을도 봄철 날씨처럼 따습고 주변의 초목들은 반드시 불에 타 흉년이 들게 한다"는 옛날 우리 속담이 있다.

▼ 중국의 한 고문을 보면 후(吼)라는 말 처럼 비슷하게 생긴 짐승이 용(龍) 세 마리와 하늘에서 싸우다가 땅에 떨어져 죽었는데 형상은 말과 비슷했고 길이는 두 길(丈)쯤 됐으며 비늘 갈기 틈에서 불길이 버섯처럼 확 번졌다는 전설이 전해 오고 있다. 후(吼)라는 짐승은 대단한 에너지를 지닌 짐승이었다고 한다.

▼ 용과 싸울 때도 불을 품어내며 격렬했으며 이 짐승이 지나가면 주변 나무들이 모두 불타버렸다고 한다. 이 전설적인 짐승을 선조들은 강쇠(强鐵)라고 불렀다고 한다. 혹서(酷暑)나 이상 난동, 가뭄 등 이상기온에 대해 모두 강쇠 때문이라며 강쇠 탓으로 돌렸다. 여름철 불볕더위를 몰고 온다는 전설적인 강쇠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 정조(正祖) 시절 강쇠가 김포 늪 속에 날라오자 날이 가물고 혹서가 몰려와 많은 초목을 불태웠기 때문에 잡으려는 사람들을 피해 도망치다 강쇠가 바다에 빠지자 바닷물이 부글부글 끓었다는 전설도 전해 온다. 혹서가 오면 강쇠혹서라 하여 방문 앞에 기러기를 그린 발을 치거나 기러기 매듭을 매어 달았다.

▼ 강쇠가 가장 무서워하는 게 바로 기러기이기 때문에 발을 이용한 상징적인 피서였다. 기러기 떡이나 기러기 엿을 만들어 먹음으로써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믿는 상징적 습속도 있었다. 최근 연일 37도를 웃도는 불볕더위다. 불볕더위로 도내에서 온열 질환자만 해도 117명이 발생했다. 전국적으로 사망자가 27명에 이른다. 입추(立秋)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 발악하는 불볕더위 일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