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일부터 주 52시간 적용이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체부터 시작됐다. 시행한 지 한 달이 돼 일터 현장을 모니터해 보니 아직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2021년부턴 거의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다. 그 때는 지금 상황과 전혀 다를 것이다. 근로시간과 시급(임금)이란 개념이 명료해질 게 뻔하다. 아마 임금에 대한 노사간 대립과 갈등이 사회문제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지금부터 사업주나 근로자가 이를 대비해 일터에 대한 혁신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주 52시간을 맞추기 위해 탄력근무, 유연근무 등이 활용되고, 근로시간 산입 문제도 노사협상으로 원만하게 조율돼야 한다. 근로자는 조금이라도 일을 더하면 추가 임금을 요구할 게 뻔하다. 사용자도 일을 하지 않은 근로자에게까지 1시간 시급을 그냥 주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상반된 입장이 조율되려면 지속적인 협의 밖에 없다. 노(勞)든 사(使)든 돈(임금) 앞에서 양보란 없다.
최근 내년도 최저임금 적용과 주 52시간 적용 문제로 논란이 많다. 이 두 가지 문제가 한꺼번에 오버랩 되어 현장의 충격이 더 크다. 하지만 이게 시대의 흐름이니 어쩔 수 없다. 2005년 주 5일제 근무가 시행될 때 많은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주5일제 근무에 대해 이의를 다는 노사는 없다. 주 52시간의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정부의 정책방향은 노동존중, 소득주도 성장이다.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이 그 핵심일 뿐이다. 발 빠른 기업들은 이에 대해 자구책을 마련 중이다. 젊은 층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선호한다. 기업들은 우수 인재를 붙잡기 위해 워라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좋은 기업은 근로자 삶의 질과 근무여건이 최우선이다. 이제 산업화시대처럼 무조건 ’참고 일하라‘,라는 얘기는 먹히지 않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라’고 지시했다. 삼성그룹도 마찬가지이다. 대한상의는 직원들에게 ‘사내 이동 최소화’, ‘회의, 보고, 지시 자제’, ‘메신저, SNS, 전화 등 개인적인 용무 최소화’ 등을 권면했다. 허창수 GS 회장도 지난 18일 ‘모든 종사자는 일과 삶을 균형 있게 스마트한 일터로 만들자’고 호소했다. 정치권도 이 문제에 대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적극적인 반면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속도 조절론’을 내세우며 다소 소극적이다. 그렇지만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일터 혁신이나 최저임금 문제는 이미 역사의 물결을 따라 진행 중이다. 따라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일터 혁신은 당장 시작해야 한다. 노사 협의나 준비 없이 2021년을 맞이 한다면 그땐 모든 사업장에서 격랑이 일어날 것이다.
논설위원 / 이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