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이번 조치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 청와대 국무회의 석상에서 최근의 극심한 폭염과 관련 “폭염도 재난으로 취급해 재난 안전법상 자연재난에 포함시켜 관리해야 한다”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기상이변으로 여름철 폭염이 갈수록 극심해 지면서 해마다 온열 환자 사망 사례가 늘고 가축 폐사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혹서는 그동안 자연재난이나 다름없었지만, 정부의 대응은 사실상 간과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만시지탄이지만 뒤늦게나마 폭염을 재난 수준의 자연재난으로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본격 관리에 들어간다고 하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폭염을 재난으로 관리하고 피해 예방대책을 추진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우선 국회에서 법 개정을 거쳐 폭염 피해를 예방하거나 피해 보상절차 등이 마련돼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신속한 입법 발의 등 후속 절차 진행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폭염이 지난 뒤 사후약방문이 될 수 있다.
폭염을 재난 수준으로 관리 대처하려면 무엇보다 여기에 필요한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 현재 지자체 차원의 재난관리기금이 운용되고 있다. 하지만 기금 규모 자체가 쥐꼬리 수준인 데다 홍수와 태풍 피해 등에만 주로 기금을 사용해 왔다. 전북도의 경우 매년 40억~78억 원 규모의 재난관리기금을 조성하고 27억~78억 원 정도를 집행해 왔다.
전라북도라는 말처럼 전북은 그간 풍수해가 적었기에 망정이지 기상이변으로 갈수록 자연재해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턱없이 작은 규모가 아닐 수 없다. 시군 역시 10억 원도 안 되는 재난관리기금으로 자연재해에 대비해 왔다.
폭염에 대한 재난 관리가 실효를 거두려면 다른 복지예산처럼 정부가 그 부담을 지자체에 떠넘기려 해서는 안 된다. 폭염 피해 예방 대처를 위한 국비 지원이 필요하다. 아울러 해마다 되풀이되는 가축 피해 예방을 위한 시설 현대화 등 근본대책 마련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