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에 대한 단상
최저임금에 대한 단상
  • 이선홍
  • 승인 2018.07.2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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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결정되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월 174만원이다. 결코 작지 않은 금액이다. 그런데 노동계는 공약에서 후퇴했다고 아우성이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중소기업인들은 도저히 사업체를 운영할 수 없다고 아우성이다. 정부가 처음 최저임금 1만원대 공약을 추진하면서 내세운 명분은 최저임금을 올려 소득을 높이고, 경제를 선순환시켜 내수를 살려 우리사회의 고질적 문제인 양극화도 해소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2년 연속 최저임금 두자리수 인상을 단행했다. 

 작년 처음 최저임금을 대폭 올렸을 때만 해도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 경기가 호전될 것이란 믿음으로 그나마 어렵게 버텨왔는데, 기대했던 경기는 살아나지 않고, 오히려 더 어려워지는 현실 앞에서 중소상공인들은 할 말을 잃은 상태다. 오죽하면 최저임금 불복종 운동까지 한다 하겠는가. 사실 이런 현실은 자영업자 중소상공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필자가 방문한 많은 중견기업들 조차도 최저임금 맞추기가 현실적으로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경쟁은 심화되고 제조업의 이익률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정부가 대책을 내놓는다 해도 큰 효과를 보긴 어렵다. 정부가 보전을 해 준다 해도 한번 올린 임금을 내리기는 어렵다. 아픈 환자에게 잠깐 진통제를 놓는다 해서 병이 완치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경제학에서 포지티브섬(positive-sum) 관계를 많이 이야기 한다. 예컨대 한사람은 컴퓨터프로그램을 만들고 다른 사람은 해킹프로그램을 만들면 컴퓨터프로그램이 많이 팔리면 해킹프로그램도 많이 팔리게 된다는 선순환 구조를 나타낸 이론이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이런 식의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한쪽은 살고 한쪽은 불행해지는 제로섬 게임처럼 변질되다가 지금은 일자리가 줄고 자영업자들은 소득은 감소하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어느 누구도 승자가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정치를 살아있는 생물이라 하지만 경제는 그보다 더 현실을 반영한다. 트럼프 정부 이후 세계 각국이 보호 무역주의를 강화하고 내수가 갈수록 침체되고 있는 현실에서 한국경제는 3% 경제성장률도 달성하지 못할 위기에 처해있다. 애당초 우리 경제가 두자리수 이상의 최저임금 인상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정부가 뻔히 알면서 대통령공약이라는 이유로 외면했고, 동결이라도 해달라는 소상공인들의 간절한 외침도 무시해버린 상황이다. 

 시계바늘을 거꾸로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라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그나마 할 수 있는 정책수단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당장 정부예산을 투입하여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정책은 일시적으로는 효과가 있겠지만 항구적일 수는 없다. 근본적으로 소상공인 중소기업들의 비용감소와 경쟁력을 강화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카드수수료 인하, 세금감면, 정책자금 지원 등 할 수 있는 정책수단은 다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최저임금 논의는 정치적인 논리에 따르는 우를 범하지 말고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등 우리 경제가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감안하여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어 나가야 한다.  

 요즘 편의점 주인들은 차라리 최저임금을 받고 편의점 아르바이트가 나을 것 같다는 말을 한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균형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장사하고 사업하는 사람이 약자가 되고, 죄인처럼 느껴지는 사회가 된다면 우리 사회는 희망이 없다. 그들은 고용을 창출하고 우리 경제를 이끈 버팀목들이다. 최근에는 외국인 근로자조차 사업주가 감당하지 못할 만큼 다양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한다. 그만큼 사업하기가 어려워지고 힘들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정부가 이들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고 최저임금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지원정책을 펴나가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이선홍/ 전주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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