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와 전북혁신도시
다보스와 전북혁신도시
  • 김동근
  • 승인 2018.07.25 18: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일 폭염이 전국을 뒤덮고 있다. 며칠 전에는 일부 지역의 온도가 40도를 넘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국민들은 더위로 인해 밖에 나가는 것도 꺼리고 열대야로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온열질환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전력량도 연일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인간이 편리함을 추구하면서 발생시킨 다양한 유해물질로 인해 지구온난화가 발생한 것이어서 누구를 탓하기도 어렵다. 이 또한 자연의 순환과정이어서 우리가 견뎌내야 할 몫이다. 무더워야 할 때 지나치게 기온이 내려가거나 기온이 너무 올라가면 농작물과 물고기들에게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다. 그 피해는 농어민들에게만 끼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국민들에게 발생한다. 이러한 일은 자연현상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인간사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사람들은 집안 대소사나 휴가일정을 정할 때 미리 정보를 수집하고 집안 어른들이나 다른 사람들로부터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 본 연후에 결정을 한다. 사소한 일이라도 즉흥적으로 결정하고 추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물며 국정을 운영하는 정부와 여당, 야당은 말할 것도 없고 지자체도 마찬가지이다.

 대통령은 어떻게 국가를 운영할 것인지,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의 뜻을 받들어 어떻게 국정에 반영시킬 것인지, 지자체장들은 지역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미리 큰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자신들이 그린 큰 그림에 대하여 국민들과 지역민들의 의견을 구하고 그 이후에 그림을 현실에 적용시킬 수 있는 정책을 결정한다. 정책은 하루 이틀 사이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각계, 각층의 여론을 수렴하고 지역의 사정을 고려하여 만들어진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대표적인 정책이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정부기관과 공공기관의 지역이전이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후 국가 주도의 노동력과 자본 등 요소 투입형 성장전략으로 중진국 진입에 성공하였으나, 1995년 이후 국민소득 1만 달러 정체가 지속하는 등 성장 한계에 직면하였다. 이러한 침체의 원인으로 수도권 집중의 가속화가 대두하였고, 이는 수도권의 질적 발전에 지장을 주고, 지방의 침체를 가속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이러한 배경하에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2003년~2008년)는 국토정책으로써 ‘21세기 혁신주도형 균형발전전략’을 제시하여 서울과 수도권 중심의 집중 구조를 다핵 거점형 구조로 재편하고 지역별로 특성화된 발전전략을 추진하기 위해 행복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개발을 추진하였다.

 그 결과 우리 지역에도 농진청을 비롯한 농업 관련 정부기관과 국민연금공단과 기금운영본부 등 공공기관이 입주해 있다. 원래 정부는 국민연금공단과 기금운용본부를 전북혁신도시로 이전시킬 계획이 없었다. 정부 원안은 토지공사는 전북에, 주택공사는 경남 진주에 이전시키는 것으로 결정되었었다. 그 이후 두 기관이 LH(한국토지주택공사)로 통합되었지만, 전북도민들은 원래 계획대로 LH 본사 분산배치를 원했다. 정부는 전북도민들의 의견을 외면하고 LH 본사를 진주로 이전하기로 결정하였다. 대신에 정부는 국민연금공단만 전북혁신도시에 이전하고 기금운용본부는 서울에 존치시키는 것으로 하였지만, 전북도민들과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기금운용본부의 이전을 주장하여 기금운영본부도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하기로 결정하였다.

 우여곡절 끝에 기금운용본부도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하기로 결정되었지만, 이후 정부 정책이 바뀔 수 있어 2013년 7월 국민연금법을 개정하면서 동법 제27조에 국민연금공단과 기금운용본부는 전북에 둔다는 조항을 신설하였다. 그 이후 국민연금공단는 2015년 6월 10일, 기금운용본부는 2017년 2월 28일에 이전을 마쳤다.

 기금운용본부는 현재 635조원의 국민연금 운용을 전담하고 있어서 국민들의 관심이 매우 높다. 그런데 요즘 연일 언론상에 기금운용본부에 관한 내용이 대서특필 되고 있다. 기금운용본부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건에 대하여 찬성 의사 결정을 내려 국민연금에 막대한 손실을 끼친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투자를 책임질 CIO(최고운용책임자)인 기금운용본부장이 1년째 적임자를 구하지 못해 공백상태인데다 인선을 둘러싼 잡음도 들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 동조하여 일부 언론과 금융계에서는 국민연금과 기금운용본부가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소금역할을 하기보다는 “논두렁본부”니 “전주 이전 리스크”니 하는 전북을 폄훼하고 국민연금공단와 기금운용본부를 흔드는 표현을 쏟아내고 있다. 전북이 2%대의 인구와 2%대의 경제규모라서 폄훼하고 무시해도 좋을 그런 지역이 아니다. 다보스포럼이 열리는 스위스 다보스를 생각해보자. 교통도 불편한 조그마한 시골 동네이지만 전세계의 정치지도자와 경제계 수장, NGO단체 대표들이 모여 지구상의 중요한 일들을 결정한다. 전북을 폄훼하고 국민연금공단와 기금운용본부를 흔드는 것은 전북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다. 국가와 국민 전체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정부의 역할은 정책을 입안하고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과정에 많은 갈등 요소가 있었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실현하였다면 정부는 흔들림 없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과 지역민들이 정부를 신뢰하고 정부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낼 것이다.

 김동근<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