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힘을 빌어서, 한 여름에 떠나는 답사기
책의 힘을 빌어서, 한 여름에 떠나는 답사기
  • 조석중
  • 승인 2018.07.25 16: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독서를 하려고 해도, 어떤 책부터 봐야할지? 어렵다고 호소하는 분들이 있다. 한국십진분류법에 의해 배열된 대주제만 해도 총류, 철학, 종교, 사회과학, 순수과학, 기술과학, 예술, 어학, 문학, 역사 등 10여 가지가 있고, 세부적인 주제까지 나열하면 상당히 많은 주제가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을 수 있다.

 처음 책을 접하는 분들에게 자주 하는 이야기는 ‘좋아하는 키워드’로 먼저 시작하라는 조언을 한다. 예를 들면, 여행이나, 음식, 역사......, 이런 키워드를 선택해서 책을 읽는 방법은 흥미있게 책을 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여행하는 마음과 방법으로 책을 읽어 가면 의외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인상 깊은 여행을 가려면 사전에 미리 그 지역이나 명소에 대해서 알아보거나, 현지에 가서도 그 지역만의 특색 있는 곳을 현지인의 도움이나 경험자의 도움을 받으면 많은 도움이 되는 것처럼, 책읽기도 책의 저자, 집필배경, 표지의 상징 등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있다면 이해의 폭과 즐거움이 더해진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이 말은 조선 정조 때의 문장가 유한준이 남긴 명언을 토대로 유홍준 교수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유홍준 저, 창비)에서 문화유산을 보는 자세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1993년에 출판된 1권 ‘남도답사 일번지’는 대한민국 인문 도서 최초로 판매부수 백만 부를 돌파하며 대한민국을 전국적인 답사열풍을 몰고 왔고,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에 60주 연속 오르며 독서계의 수준을 한 차원 높인 것으로도 평가되는 책이다.

 한국편이 10권까지 출간되었고, 일본편이 4권, 그리고 여행자를 위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3권이 나오기도 했다. ‘남도답사 일번지’로부터 시작되는 답사기가 제주, 북한, 일본을 돌아 서울까지 입성을 한 것이다.

 지금까지 누적판매부수가 380만 명이 넘었고, 한국 인문서 최초의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기록이 있는 책이다. 책한 권을 통해서 대한민국의 곳곳을 박물관급으로 격상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첫 부분 시작하는 남도의 유산을 통해서 좀 더 전라도 지역의 문화유산과 역사를 섬세하게 풍부한 통찰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올해는 전라도 1000년이 되는 해이다. 두 번째로 생긴 경상도 보다 무려 296년이 앞섰다고 한다. 문화 지리적 관점에서 전라도가 차지하는 위상과 그 축적된 힘을 책의 힘을 빌어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전북지역의 고창 선운사의 동백숲을 비롯한 풍천장어와 복분자술을 함께 소개하기도 했다. 책의 특징 중 하나가 답사지를 소개하면서 그 곳과 인연이 있었던 이야기들을 자연스럽게 풀어나가고 있어서 아주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마치 친절한 해설사가 옆에서 설명해주는 듯하며, 알지 못했던 것들을 깨닫게 해주는 인문학 강의를 드는 느낌도 물씬 든다.

 그냥 지나치게 되는 것들도 책을 통해서 한번 이라도 더 보게 되고, 특히 아무런 의미도 없었던 것들인데 저자의 말로 다시 한 번 그 가치를 인식하게 하게 된다. 특히 개정판의 경우에는 컬러풀한 책의 그림들이 산뜻하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한낮이면 거리에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일본의 소설가 무라타 사야카의 ‘나의 힘으로 도달할 수 없는 곳에 가고 싶어 소설을 쓰게 되었다’는 말처럼, 직접 갈 수 없더라도 시원한 도서관에서 책의 힘을 빌어 남도답사는 물론 대한민국의 답사를 떠나볼 수 있는 경험을 해보며 좋겠다.

 /글= 조석중(독서경영전문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