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봉옥의 다섯 번째 시집 ‘섯!’
오봉옥의 다섯 번째 시집 ‘섯!’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8.07.25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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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봉옥 시인은 문단의 대표적 진보작가로 통한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몇 안되는 필화(筆禍)를 겪고 옥고를 치룬 시인 중 한 사람이다. 해방 전후의 좌익 활동을 연작시와 서사시 형태로 전면에 드러낸 최초의 시인이었다. 1988년에 창비시선에서 펴낸 ‘지리산 갈대꽃’과 이듬해 실천문학시선에서 출간한 ‘붉은산 검은 피’를 통해 시대의 변화를 읽어냈다.

 그 시절, “브레히트였고, 네루다였고, 김남주의 후계”라는 평가를 받아온 오 시인이 8년 만에 다섯 번째 시집 ‘섯!(천년의시작·9,000원)’을 펴냈다.

 이번 시집에는 시인의 존재론과 세계관에 있어 이전보다 더욱 심화된 의식을 담고 있다. 시인은 ‘그 꽃’, ‘희망’, ‘나는 나’등의 작품을 통해 인간과 마찬가지로 모든 동식물 그리고 무생물에 이르는 일체 만물이 존재의 의의를 지니고 있음을 형상학적으로 보여준다.

 또 그가 얼마나 감성 짙은 서정시를 쓰는 시인으로 변모했는지도 느낄 수 있다. ‘시’와 ‘기억의 변증법’, ‘아내’등의 작품에서는 시대의 변화 속에 시인이 어떠한 내면적 방황을 거쳐 삶의 깊은 곳에 다다르게 되었는지를 일러준다.

 “일곱 살짜리 계집아이가 허리 꺾인 꽃을 보고는/ 냉큼 돌아서 집으로 달려가더니/ 밴드 하나를 치켜들고 와 허리를 감습니다/ 순간 눈부신 꽃밭이 펼쳐집니다”「등불」부분

 빙그레 미소를 짓게 만드는 예쁜 시가, 우리에게 사유의 시간을 선물한다.  

 임우기 문학평론가는 “이번에 출간된 오봉옥의 시집 ‘섯!’은 그러니까 시인의 30여 년간의 시력에 아로새겨진 민중시의 통념에 갈등·저항·모순하면서도 하나로 합일을 이루어낸 치열한 고투의 산물이다”며 “이 시집이 품고 있는 시인됨의 고뇌와 편력을 가늠하는 것은 오봉옥 시인의 삶의 이력과 시의 변화를 이해하는 일이 될 터이다”고 평했다.

시인은 1985년 ‘창작과 비평’으로 등단했다. 저서로 시집 ‘지리산 갈대꽃’, ‘붉은산 검은피’, ‘나 같은 것도 사랑을 한다’, ‘노랑’등을 비롯해 산문집 ‘난 월급받는 시인을 꿈꾼다’, 동화집 ‘서울에 온 어린왕자’, 비평집 ‘시와 시조의 공과 색’등이 있다. 서울디지털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와 ‘문학의 오늘’ 편집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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