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과 옥탑방
박원순 시장과 옥탑방
  • 이상윤 논설위원
  • 승인 2018.07.24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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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조 태종 때 한성판윤인 유관(柳寬)의 집은 비가 오면 방안에서 우산을 받쳐 들고 살아야 하는 허름한 세 칸 초막이었다.

 ▼ 지금 서울시장이라 할 수 있는 그는 받은 녹봉 대부분을 행려병자들의 숙식비로 기부하고 있다. 인조는 한성판윤, 영의정까지 지낸 이원익(李元翼)이 비가 새고 문틈으로 바람이 들어오는 두 칸 초가에서 지낸다는 말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청빈했던 선조 시장들이 적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1988년 태국의 수도인 방콕 시장에 당선된 잠롱이 창고에 세 들어 살면서도 봉급은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생활비는 국수 장사하는 부인의 수입으로 근근이 살아간다고 해서 화제가 됐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옥탑방 살이에 도전했다는 파격적인 행보가 화제다. 지난 22일부터 서울 강북구 삼양동에 위치한 단독주택 2층 9평짜리 옥탑방에 한 달간 세 들어 출퇴근하고 있다고 한다.

 ▼찜통더위에도 에어컨 없이 방 두 개, 화장실 한 개, 매트리스와 컴퓨터 1대로 집무실처럼 꾸몄을 뿐이라고 한다. 보증금 없이 월세는 2백만 원이란다. 박 시장은 서민의 삶을 직접 체험해보고 또 지역 현안을 주민들과 직접 대화하고 살펴보면서 서민들의 아픔을 치유하겠다는 마음에서 옥탑방 행정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산군 때 남산 선비촌에 한성판윤을 지낸 홍귀달 집이 9만9천9백99칸인 초호화주택이라는 소문이 자자했다.

 ▼ 하지만 실은 허백당(虛白堂)이라는 당호가 붙은 단칸 집이었다. 이 초가에서 9만9천9백99칸의 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나온 헛소문이었다. 과연 박 시장이 옥탑방에서 빌딩보다 큰 생각을 할지?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어떤 정책을 구상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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