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선옹주(淑善翁主)의 다시(茶詩)
숙선옹주(淑善翁主)의 다시(茶詩)
  • 이창숙
  • 승인 2018.07.22 14: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창숙 칼럼 ‘차의 맛, 소통의 맛’ <33>
아름다운 차인, 담원 作, (주)해가온 소장
 역사의 흔적은 우리의 삶 곳곳에서 살아 숨을 쉰다. 우리는 많은 자료 속에서 삶의 흔적을 찾고 생각하며 노력한다. 왕실의 옹주에게 차는 시상(詩想)의 제목이며 일상의 음료였던 것 같다.

 숙선옹주(1793~1836)는 정조(1752~1800)와 수빈박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성품이 유순하고 검소하여 모두에게 귀여움을 받았다. 오빠인 순조의 보살핌이 각별하였다고 한다. 10세에 옹주라는 칭호를 받았으며, 옹주방이 설치되고 재산을 부여 받았다. 순조(1790~1834) 4년 12세에 홍인모의 아들 홍현주와 혼인을 하게 된다. 당시 옹주는 하가(下嫁)하면 독립적으로 살아야했다. 국법이 정한대로 40칸 집에서 거처했으며 일반 사서인(士庶人)처럼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수도 없었다. 그녀는 시부모와 가까이 살수 없음을 늘 안타까워했다. 궁궐에서 내린 음식이 있거나 집에서 만든 음식이 있으면 반드시 시부모님께 먼저 드린 후에 먹었다고 한다. 시부모 돌아가신 뒤에도 제사에 참석하지 못하자 시부모 기일에는 촛불을 밝히고 새벽까지 정좌하고 있다가 제사가 끝났다는 전갈을 받으면 잠자리에 들었다고 한다. 이렇듯 시부모에 대한 공경심과 예를 갖춤에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으며 단정하고 의젓했다고 한다. 그녀의 시(詩) 중에 여름날 차 마시는 풍경을 그린 “삼가 차를 운하다”라는 시이다.

 

  “경차(敬茶)”

 

 초여름 해는 길고

 부드러운 바람은 꽃을 떨구네.

 녹음이 우거진 온산에 비가 내리니

 수양버들 집집마다 드리우네.

 

 산속 집은 늘 맑고 깨끗하여

 꾀꼬리 소리도 번잡하네.

 그윽한 흥에 취하여 한가로이 앉아

 차 마시며 시를 읊는구나.

 

  하가(下嫁) 때 가져온 물목 중에 찻그릇이 있었으며 다모(茶母) 1명도 정하여 옹주의 차 시중을 들었다. 온화한 성품으로 주변의 귀여움을 받고 자라서 인지 옹주의 시는 여성의 한보다는 주로자연의 아름다움을 묘사했으며 간결하고 순수한 시(詩)라는 평가 받고 있다. 조선 왕실 여성으로서 시집을 유일하게 남겼다. 「의언실권(宜言室卷)」으로 묶어 부군인 홍현주의 시문집에 실려 있다. 그중 차와 관련된 5편의 시가 있다. 당시 술을 마신 뒤 차를 달이며 향기에 취한 풍경을 그린 “우연이 시를 읊다”라는 시가 있다.

 

  “우음(偶吟)”

 

 술을 마신 뒤 아직 취기가 남아있는데

 차 달이니 신선한 향기가 달콤하네.

 꽃잎이 눈처럼 흩어져 날리니

 하늘 숲에는 석양이 밀려오네.

  술을 마신 뒤 취기를 깨기 위해 차를 달이며 차 향기와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즐기는 풍경이다. 사대부가 여성들의 시에서도 술과 차가 함께 묘사되고 있다.

  

 / 글 = 이창숙 문화살림연구원 원장

 

 ※이창숙 칼럼 ‘차의 맛, 소통의 맛’은 격주 월요일자를 통해 만나실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