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쌍릉은 백제시대 말기 왕릉급 무덤으로 규모가 큰 대왕릉을 서동설화 주인공인 백제 무왕(재위 600~641)의 무덤으로 보는 학설이 유력하게 제시됐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지난 2017년 8월부터 백제왕도 핵심유적 보존관리사업의 하나로 원광대학교 마한백제문화연구소, 익산시와 공동으로 쌍릉에 대한 발굴 조사를 진행했다.
100년 전 일제가 발굴에 착수하면서 다른 유물들은 유출한 반면, 인골 조각 나무상자는 꺼내가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발견된 인골 자료가 무덤의 주인과 연결된다면 백제 무왕의 능인지를 결정짓는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후 고고학과 법의인류학, 유전학, 생화학, 암석학, 임산공학, 물리학 등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인골의 성별, 키, 식습관, 질환, 사망시점, 석실 석재의 산지, 목관재의 수종 등을 정밀 분석했다.
또 수령이 400년 이상으로 알려진 목관재는 늦어도 7세기 초 이전에 벌목된 것을 가공했고, 목관은 최고급 건축 가구재인 금송으로 분석됐다.
인골로 남아 있던 102개의 조각을 분석한 결과, 성별은 남성인 것으로 조사됐다.
인골의 연령대는 최소 50대에서 60~70대 노년층으로 생각해도 무리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우영 가톨릭대 의대 교수는 “목 울대뼈 갑상연골에 노화로 인해 굳어지는 골화 현상이 상당 부분 진행이 됐고, 골반뼈 결합면이 거칠고 작은 구멍이 많다”면서, “남성 노년층에서 흔히 나타나는 등과 허리가 굳는 증상과 다리, 무릎 통증 등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상준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소장은 “무덤의 구조와 규모, 유물, 백제 시대의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대왕릉의 주인을 무왕으로 보는 학설은 설득력이 있다”면서, “7세기 초에 죽었고 익산에 관심을 가졌던 백제 왕은 무왕 이외에 없다는 점에서 대왕릉의 주인은 무왕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문화재청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향후 대왕릉 보완 조사와 소왕릉 조사를 통해 익산 쌍릉의 주인이 누구인지 규명하고, 익산지역의 백제왕도 핵심유적 보존관리 사업으로 백제 왕도의 역사성 회복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영호 기자, 익산=김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