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8천350원 ‘을(乙)’의 탄식
최저임금 8천350원 ‘을(乙)’의 탄식
  • 김장천 기자
  • 승인 2018.07.16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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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관계자들이 16일 서울 성북구 전편협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협회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업종별 지역별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오른 시간당 8천350원으로 결정된 것과 관련 음식점, PC방, 편의점 등 업계에서는 곡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말도 안 된다. 우리도 약자다”며 울상을 짓고, 아르바이트생 및 근로자들도 ‘일자리 잃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자영업자들의 목을 죄는 것은 최저임금 상승뿐만 아니라 비싼 건물 임대료와 카드수수료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논란은 자칫 영세 사업주와 노동자들 사이의 ‘을(乙)들 간의 갈등’으로 심화될 우려마저 낳고 있다.

 16일 전주시 인후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배모(50)씨는 “식재료 값은 계속 올라가고 임대료 부담은 여전한데 인건비까지 상승해 부담만 커졌다”며 울상을 지었다.

 배씨는 “불경기로 올해 직원 한명을 줄이고 영업하고 있는데 내년이 되면 어떻게 운영할지 걱정스럽다”며 “이런 식으로 운영비만 계속 오르게 될 경우 업태 변경을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상황은 전주시 송천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56)씨도 마찬가지다. 이씨는 “내년이면 직원 1명당 월 인건비 174만원이 필요하며, 4대보험 등을 감안하면 200만원을 훌쩍 넘는다”며 “숙련자와 비숙련자의 인건비가 거의 동급수준에 이르는 불합리성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한국외식업 중앙회 전주완산구지부 정명례 지부장은 “최저임금 인상은 업종에 따라, 지역에 따라 차별을 둬야 한다”며 “정부에서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면 업주들이 부담하는 카드수수료도 없애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표적 ‘24시간 영업’도 종식을 선언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 24시간 영업업소인 PC방과 편의점 업주들의 반발 때문이다. 이들은 ‘아르바이트생이 점주보다 돈을 더 버는 아이러니가 현실화됐다’고 토로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48)씨는 “매출은 그 자리인데 인건비만 오르니 어떻게 버티겠느냐”며 “알바생은 매월 200만원 가량을 벌게 되는데 점주들은 100만원대에 불과한 실정으로 심야영업을 접고 알바생을 줄이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PC방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김모(25·여)씨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지만 이로 인해 일자리가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도내 소규모 중소기업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일반 서비스업과 시급이 거의 차이 없어 인력난이 더욱 심화되고, 특히 섬유 등 노동집약적 업종은 직격탄으로 작용할 우려를 낳고 있다.

 전주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A모(54)씨는 “숙련 근로자와 비숙련 근로자의 임금 차이는 당연한 것”이라며 “최저임금 인상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직원의 인건비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할 게 뻔해 사업주가 근로자보다 못한 삶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5인 미만의 사업장이 많은 전북의 현실을 감안하면 폐업하는 사업장도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경고했다.

 전주 진북동 한 아파트 경비원은 “월급 올려준다는데 싫다는 사람이 있겠어요. 다만 인건비 부담이 늘면 우리 같은 사람들이야 언제나 해고당할지 모르는 ‘파리 목숨’이니 마냥 좋아할 수 없죠”라도 말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오른 시간당 8천350원으로 결정되자 아파트 경비원들은 최저임금 인상을 반기면서도 한편으로 인력 감축을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한편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4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9% 오른 시간당 8천350원으로 결정했다. 국내 최저임금 30년 역사상 8천원대에 접어든 것은 처음이다.

 김장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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