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재난에 대비하는 정책성보험
우리 사회의 재난에 대비하는 정책성보험
  • 이상림
  • 승인 2018.07.12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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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태풍 쁘라삐룬(Prapiroon)이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주지 않은 채 물러나자마자 또 다른 태풍 마리아(Maria)가 북상하고 있다는 소식에 마음이 편치 않다. 우리나라와 가까운 북서태평양 해역에서는 보통 연평균 9~12개의 태풍이 만들어지므로 올해의 태풍에 대한 걱정은 이제 시작일지도 모른다. 지난겨울엔 제천 스포츠센터와 밀양 세종병원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하여 각각 수십 명이 사망하는 사건도 전 국민을 충격에 빠지게 하였다. 우리가 겪는 자연재난을 비롯한 대형재난은 점점 그 빈도가 잦아지고 있으며, 인명피해를 비롯하여 재산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자연재해의 경우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이상기후 현상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극심해지고 자주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16년 대설, 호우, 태풍, 그리고 이제는 지진까지 원인이 된 우리나라의 자연재난으로 인한 재산피해는 2,880억원 규모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한 자체복구비용도 1,130억원에 달하고 있다. 자연재난으로 인한 피해는 그 절대규모가 매우 크기 때문에 평소 꾸준히 예방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고, 특히 인재(人災)가 겹쳐 피해가 더욱 확대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복구할 수 있도록 관련 보험제도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국가는 자연재난으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책성보험을 운영하고 있다. 풍수해보험, 가축재해보험, 농작물재해보험, 그리고 양식수산물재해보험은 주택?온실과 가축?농작물?양식수산물에 발생하는 자연재난으로 인한 손실을 대상으로 하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보험료의 55~92%까지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인 정책성보험이라고 할 수 있는 풍수해보험은 『풍수해보험법』에 근거하여 지난 2006년부터 주택 및 온실을 대상으로 태풍, 홍수, 호우, 강풍, 풍랑, 해일, 대설, 지진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손해를 보상하고 있으며, 정부와 풍수해보험 사업운영 약정을 체결한 5개 민영보험회사에서 판매하고 있다. 그리고 풍수해보험에서는 지진을 보상하는 손해의 원인으로 포함하고 있어 2016년의 경주지진 및 2017년의 포항지진을 겪은 이래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다. 한편 자연재난으로 인한 소상공인의 피해가 늘어남에 따라 올해부터는 소상공인의 상가?공장까지 가입대상으로 확대하고 보험료도 34%까지 국가가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농어업재해보험법』에 근거를 두고 있는 가축재해보험, 농작물재해보험, 양식수산물재해보험은 각각 16종의 가축, 57종의 농산물, 그리고 18종의 양식수산물과 그 양식시설을 가입대상으로 국가가 보험료의 50~59%까지 지원하여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이 세 종류의 정책성보험 각각은 가입대상의 성격상 풍해·수해·설해·질병·화재, 태풍(강풍)·우박, 그리고 태풍?폭풍?해일?적조 등을 손해의 원인으로 하고 있다. 또 가축재해보험의 경우는 민영보험회사가 참여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농협 및 수협에서 판매하고 있다. 

  한편 최근에는 지난 1973년부터 의무적으로 이용해오던 화재보험(특약) 외에 다중이용업소화재배상책임보험과 재난보험을 새로 도입하여 민영보험회사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들 정책보험 역시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보험을 통해 화재, 폭발, 붕괴 등에 따른 제3자에 대한 배상책임을 해결하도록 위해서이다. 기존의 화재보험(특약)은 『화재로 인한 재해보상과 보험가입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이나 특정 업종의 시설에서 발생하는 화재로 인한 제3자 배상책임 손해를 보상한다.

  그리고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기초한 다중이용업소배상책임보험은 음식점, 문화스포츠 등 23개 업종에서 발생하는 화재 및 폭발로 인한 제3자 배상책임 손해를,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의한 재난보험은 앞의 두 의무보험에서 제외된 19개 시설 점유자나 관리자의 화재, 폭발, 붕괴로 인한 제3자 배상책임 손해를 보상한다.

  자연재난이나 대형재난은 이들이 발생하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고 바람직하다. 특히 최근의 대형화재에서처럼 인재(人災)로 빚어지는 경우 법에서 정한 기준과 내용을 준수하고 예방활동을 철저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예방활동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경우의 손해 역시 관리가 필요하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국가의 정책성보험은 국민이 직면하는 자연재해와 제3자 배상책임손해를 사후적으로 복구할 수 있도록 도입 및 활용하고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정책성보험의 활용과 관련해서는 아직 개선되어야 할 여지가 있다. 즉, 무엇보다 먼저 정책성보험 중 의무보험을 제외한 풍수해보험, 가축재해보험, 농작물재해보험, 양식수산물재해보험 등은 활용도가 매우 낮다. 주택?온실을 가입대상으로 하는 풍수해보험의 경우 2017년 가입률이 주택은 24.9%, 온실은 7.2%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풍수해보험을 비롯하여 각종 정책성보험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그리고 정책성보험은 근거법이 각각 다르고, 관리 또한 정부의 여러 부처에서 개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의무보험 통합관리와 관련된 법률의 조속한 제정을 비롯하여 정책성보험을 체계화하여 관리하는 단일 전담기구의 설립?운영 또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국가가 주도하고 있는 정책성보험은 사회안전망의 한 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즉, 재난이 발생할 경우 보험을 통해 인명 및 재산 피해를 복구하여 다시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그러므로 자연재난이나 대형재난이 점차 규모가 커지고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 모두가 이에 대비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책성보험을 활성화하기 위한 더 큰 노력이 요청된다.

  이상림 / 목포대학교 금융보험학과 교수 / 한국보험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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