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마우스 십계명과 뮤지엄 전시 전략
미키마우스 십계명과 뮤지엄 전시 전략
  • 김은영
  • 승인 2018.07.1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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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1990년대 중반에 미국에서 박물관학을 공부하면서 진보적인 전시기획 전문가들에 의해 체계화된 ‘해석적 전시개발법’이 한창 무르익어가는 현장에서 전시기획법을 배웠다. 그때 여러 박물관들과 심지어는 교육에 있어 가장 보수적인 미술관들까지도 적용되고 있는 관객과의 소통과 체험을 강조하는 전시 전략의 변화들을 목격할 수 있었다. 당시 워싱턴의 홀로코스트 박물관에서 유태인들의 은둔생활을 다룬 <다니엘 이야기> 같은 전시는 1인칭 화법으로 스토리를 전개시키고 연극적인 무대효과에 온도와 냄새까지 도입함으로써 전시의 체험을 새로운 경지로 끌어올린 경우이며, 샌프란시스코의 진보적인 과학체험관 ‘익스플러토리움’의 <경계(Boundaries)>라는 전시가 차별이라는 사회적 이슈를 심리학, 인지과학, 물리학적 개념에 근거해 폭넓게 풀어나가는 것을 보면서 전시 개발과정의 열정과 마법 같은 힘에 감탄하곤 했었다.

20세기 초부터 박물관 전시에서의 관람객의 접근성, 관객참여, 엔터테인먼트로서의 전시라고 하는 이슈들이 꾸준히 대두하여오면서, 1930년대의 행동심리학적 접근과 1950,60년대 국제산업박람회의 전시디자인적 혁신들은 이러한 문제들에 대응해 오는 데에 커다란 이정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의 전시기획 방향은 이 모든 과거의 지식들을 폭넓게 아우르고 충분히 통합하는(holistic) 노력에 의해 질적인 도약을 가져 왔다.

관객의 인격적 성장과 소통을 위한 전시개발에서 강조되는 핵심적 요소에는 관람자에 대한 접근, 해석 맥락의 확장, 협업에 의한 팀 작업, 개발단계에서의 평가, 아이디어 심화 기법들이 있으며, 이러한 것들이 무엇보다도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관객(소비자)을 대하고, 상품을 생산하는 방식으로부터 적극적으로 배워온 것이라는 사실은 자못 흥미롭다.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관람객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박물관과 오랜 사촌간이었다. 흥행의 천재 바넘(P.T. Barnum)의 미국박물관과 인류학자 푸트남(Fredrick Putnam)의 컬럼비아세계박람회 시대로부터 산업박람회-축제-엔터테인먼트 산업이라는 한 축과, 연구와 사회 교육의 장으로 상징되는 박물관분야는 다른 한 축으로 백여년간 각자 발전해왔다.

 그러다 1980년대 이후에는 오락·레저 산업과 교육영역은 서로 경계를 넘나들며 에듀테인먼트를 주창하면서 코카콜라 박물관, 바비인형 박물관 같은 것들이 유행처럼 세워졌다. 특히 1990년대 세워진 플로리다의 디즈니랜드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미래로서 비즈니스보다 과학교육을 우위에 재설정함으로써 기존의 과학박물관의 정통성과 그 존립이유를 크게 위협한다고까지 여겨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물관과 비영리 문화기관들은 기업의 마케팅 전략을 도입하여 대중들을 확보하려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많은 박물관 전문가들이 디즈니 식의 매니지먼트 기법을 경전처럼 배우고 응용하려 했다. 디즈니사의 직원들이야말로 손님을 잘 알아서 즐겁게 해주고 배려하는 데는 전문가들이기 때문이다.

 월트 디즈니 이미지니어링의 홍보이사였던 마틴 스클러(Martin Sklar)가 미국박물관협회의 포럼에서 강연한 월트 디즈니의 경영철학을 담은 “미키마우스의 십계명”은 이후 뮤지엄 전시기획의 고전적 원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 가운데 몇가지만 들어보자면;

 ▲네 손님을 알라: 관람자의 수준을 얕보거나 반대로 실제보다 이들의 지식을 과대하게 추측해서 사람들을 지루하게 하지 않는다.

 ▲손님의 신발을 신어라: 기획자가 관람자의 시점에서 시설들을 경험하게 한다.

 ▲사람과 생각의 흐름을 조직화하라: 관람자들에게 제시하려는 정보를 구성하는데 강의가 아닌 적당한 스토리텔링 기술을 구사하여야 한다.

 ▲시각 언어(visual literacy)를 이용하라: 즉 색이나, 모양, 형태 같은 비언어적 수단을 이용하여 의사소통의 매개로 삼는다.

 ▲정보를 과부하 하지 말고 잠금장치를 사용하라: 전시물에 너무 많은 미사여구와 언어적 해설로 덮어씌우지 말고, 대신 자극을 주어 그 주제를 차후에 찾아갈 수 있도록 이끈다.

 이 정도만 인용해 보더라도 시각예술 기획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기억해둘 만한 원리이며 이를 적용한 박물관 미술관 전시에서 사람들이 받는 감동과 이해가 한층 깊어지지 않을까 싶다.

 김은영<전북도립미술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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