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갑질’의 단상
우리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갑질’의 단상
  • 장선일
  • 승인 2018.07.11 16: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갑질’이란, ‘갑’과 ‘을’ 관계에서의 ‘갑’의 어떤 행동을 뜻하는 접미사인 ‘질’을 붙여 만든 말로,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갑이 권리관계에서 약자인 을에게 하는 부당 행위를 통칭하는 개념이다.

  ‘갑질‘이 일어나는 범위는 크게 경제?사회계, 교육계, 정치계와 의료계 등으로 구분할 수 있지만, 좀 더 살펴보면 우리사회 전반에 걸쳐 일어나는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볼 수 있다.

  최근 대한항공사과 아시아나 항공사 등 재벌계에서 벌어지는 ‘갑질’ 은 자본과 권력이 합쳐져 만들어낸 형태로 우리사회의 논란을 넘어 외국 언론에 ‘GAPJIL(갑질)’ 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전 세계인들에게 추악한 우리사회의 민낯을 들어내고 있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어디 이뿐인가? 법을 가장 잘 지키고 집행을 해야 할 사법기관에서조차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희롱과 차별,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부여받은 정치권의 권력 남용, 정규직에 있는 자가 계약직으로 일하는 자들에게 행하는 계급차원의 차별, 교육계와 종교계에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하대하고 폭행하는 행위, 군과 의료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절대복종이라 개념에서 이루어지는 부당 행위 등 있어서는 안 될 ‘갑질’이 여기저기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와 달리 기이한 ‘갑질’도 있다. 119 구급차에서 발생한 폭행사건, 달리는 차에서 승객이 운전자를 폭행하는 사건, 환자가 의사에게 무차별하게 폭행하는 사건, 잘못을 지적했다는 이유로 교사에게 폭언하고도 모자라 폭행하는 사건 등 상하 그리고 지위와 관계없이 무차별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갑질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갑질’의 원인은 급격하게 다변화된 사회의 풍토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왕조와 식민사회를 뒤로하고 통일을 앞둔 시점에서 좌익과 우익이라는 틀 속에서 이념적 갈등을 여과 없이 들어내 동족 간 처절한 전쟁을 치른 경험이 있다. 그리고 산업혁명이라는 이름으로 ‘갑질’의 가장 큰 형태로 나타난 독재를 경험하기도 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하층민들의 저항 덕분에 민주주의라는 틀을 만들어 왔다. 이러한 과정 속에 우리는 자본이 우선이라는 발전 지향사회를 추구하면서 권력과 자본이 결합한 사회를 만들어 내고 만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사이에 권력관계가 형성되어 가진 자는 그렇지 못한 자에게 부당한 요구를 강요하고 만일 뜻한 바를 이루지 못할 때 폭언과 폭행으로 이어지는가 하면, 자기의 행동을 정당화 하기 위해서 2차적으로 당한 자를 왕따를 시켜 조직사회부터 매장시키는 최악의 ‘갑질’ 형태를 만들어 낸다고 진단할 수 있다.

 사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인간 개개인이 모두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고 우리는 믿고 그렇게 배워왔다. 그리고 우리 후손에게도 그렇게 가르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민주주의와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거의 모든 나라의 헌법에는 인간은 평등하다는 말이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는 나라는 단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이는 지구상에서 가장 진화된 인간이 단독 생활이 아닌 집단을 이루어 조직화한 사회를 이루기 때문인데, 집단을 이루는 구성원들 간에는 필연적으로 상하의 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일 것이다. 즉, 인간 간의 권력은 동등하게 나눌 수 없다는 말이다. 이렇게 불평등한 상황에서 권력을 많이 소유한 자 즉, 지배자가 약자를 대상으로 횡포를 부리는 행태가 늘 존재해왔다는 건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에서 요즘 벌어지고 있는 부와 권력이 만들어낸 ‘갑질’은 억압, 차별, 학대, 폭력 등등이 내포되어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파장이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정사회 나눔의 복지사회를 지향하기 위해서는 ‘갑질’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자본의 틀 속에서 형성된 우리의 현 사회에서 ‘갑질’이 근절되기 위해서는 첫째, 금수저와 흙수저가 사라질 수 있도록 자본의 되물림이 없는 부의 나눔과 기부라는 사회적 이념을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둘째, 남을 딛고 이러서는 경쟁 우선주의에서 탈피하여 저마다 능력을 개발하기 위한 기회를 균등하게 줄 수 있는 교육혁신 체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셋째, 가진 자는 그렇지 못한 자들을 위한 측은지심이라는 배려의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넷째, 가지지 못한 자들은 가진 자를 탓하지 말고 창의적 발상으로 발전하고자 끊임없는 노력을 할 수 있어야 하겠다. 마지막으로 소소한 ‘갑질’을 관행이라는 이유로 치부하지 말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공정사회를 이루고자 다함께 노력을 해야 하겠다.

 장선일<전주대학교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