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를 꿈꾸다
돈키호테를 꿈꾸다
  • 최정호
  • 승인 2018.07.10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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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선 7기가 도민들의 축복과 기대 속에서 힘차게 출범했다. 전북도청 앞 새롭게 조성된 천년누리광장도 활짝 열렸다. 마침 도청 외벽 글판에는 최기우 작가의 ‘마당 열어주니 꽃씨들 날아와 꽃을 피우네’라는 글이 걸렸다. 절묘하다.

 민선 7기라는 비옥한 땅 위에 많은 꽃씨가 날아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하려면 과연 무엇이 필요할까? 나는 ‘돈키호테 정신’이라고 답하고 싶다.

 스페인이 낳은 위대한 소설가 세르반테스의 소설 속 주인공 ‘돈키호테’는 무모하지만,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간다. 풍차를 거인으로 보고 덤비고, 양떼를 교전 중인 군대로 생각하며 격투를 벌인다. 그럼에도 그는 매력적인 인물이다. 모험과 도전, 용기와 열정으로 자신의 꿈과 이상을 향해 거침없이 전진해 가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40여 년간 타향살이를 하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전북? 사람은 좋지…”였다. 하지만 “전북사람은 점잖다” “품격이 있다” “얌전하다”라는 말은 종종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근성이 없다”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전북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전북인에게는 ‘돈키호테 정신’이 있다.

 우리는 모든 사람이 평등한 자유로운 세상을 꿈꾸고 민주주의를 주창했던 정여립과 동학의 후손들이다. 새만금 개발사업을 통해 세계 최장 방조제를 세우고 대한민국 지도를 바꾼 대역사의 주역이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고강도 탄소섬유 개발에 성공하며 탄소산업의 메카로 부상하였고, 탄소산업을 대한민국 100년 먹거리로 성장시켰다. 또한 국내외 정세가 어지러운 가운데서도 당초의 예상을 뒤엎고 ‘2023 새만금 세계잼버리’를 유치해 낸 저력은 어떤가?

 현재 전북은 서울·부산에 이어 제3의 금융중심지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전북이 금융중심지를 선언하자 많은 이들이 금융 불모지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우리는 ‘연기금·농생명 특화금융 거점’이라는 특화된 전략을 세우고 전북금융타운 조성을 추진하는 등 밑그림을 그렸다. 금융타운의 핵심 인프라인 금융센터는 개발방식과 콘텐츠 개발에 있어 주변 국민연금공단 및 기금운용본부와의 긴밀한 협력 등 실질적인 방안들이 논의·도출되고 있다.

 전북을 제3의 금융중심도시로 육성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금융위원회가 전북혁신도시를 제3의 금융중심지로 검토하는 용역을 발주하는 등 긍정적인 여건도 조성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전북혁신도시에 입주할 날도 머지않았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우리 안에 내재해 있는 ‘돈키호테 정신’을 가감 없이 드러내야 한다.

 22년간 운영되던 GM 군산공장이 폐쇄되면서 지역경제는 황폐화되었다. 정부가 GM 군산공장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활용방안을 마련하도록 다시 발톱을 세워야 한다. 이는 국제공항 건설, 새만금 개발 등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사람 좋다는 말이야 사회생활이나 대인관계를 할 때는 좋겠지만, 일을 추진할 때는 또 다른 인격이 필요하다. 다른 지자체와 경쟁하여 국가예산을 따오고, 신규 사업을 유치하고, 일의 성과를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이르지 못한다. 규제와 관행, 틀 안에 꿈을 가두지 말자. 발상의 전환으로 기존의 틀을 깨부수고 나오자. 그리고 끊임없이 부딪치고, 싸우고, 도전하자. 결론이 날 때까지 끝까지 물고 늘어지자.

 쓰고 보니 결국은 나 스스로 하는 주문과 같다. 행여 이 말들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하더라도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말을 아낄 수는 없다. 민선 7기가 첫발을 내디딘 지금! 우리에게는 어느 때보다 ‘돈키호테 정신’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최정호<전북도 정무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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